도이치 선수 문건 ① ‘1차 작전 선수 문건’ 입수…필적 일치

박상희 2024. 3.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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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 선수 문건 ① ‘1차 작전 선수 문건’ 입수…필적 일치
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 거래
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 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도이치 관련 중요 자료 갖고 있다” 정태호 의원 통해 문건 입수

뉴스타파가 문건을 제보받은 시기는 2022년 9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였다. 제보자인 지인이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국회 사무실에 찾아왔던 날을 정 의원은 기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으니, 국회에서 다뤄보라며 연락이 왔었다고 했다.

후배한테서 이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연락이 왔어요. 뭔가 김건희와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니까 이거를 이제 누구한테 전달은 해주고 싶은데 나하고 이제 잘 아는 사이니까 국회에서 이제 한번 다뤄봐라.
-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보 문건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주범 이 모 씨의 개인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주민등록증부터 그의 지장이 찍힌 문서, 그의 사무실이 소재했던 호텔의 메모지, 그와 동거했던 여성의 계좌 명세까지 있었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서 발견된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주민등록증 사본.

이 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처음으로 섭외했던 주가조작 선수로,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때 신한금융투자 등 주식 계좌를 맡겼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때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별도 사건으로 징역 2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태호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한 제보자는 이 씨의 오랜 지인으로, 우연히 이 문건을 손에 넣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의 진위를 단시간에 확인해,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언론사와 협업하는 게 좋겠다고 정태호 의원은 판단했다. 뉴스타파에 제보 문건을 통째로 제보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문건을 즉시 보도할 수는 없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정보들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이 씨가 이 문건의 주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선수 이 씨가 문건을 작성하고 보유했었는지, 이 문건이 이른바 ‘1차 작전 선수의 문건’이 맞는지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이 씨에게 직접 묻는 방법이 가장 확실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한 4년 전부터 이 씨는 일관되게 뉴스타파의 질문을 피해 왔다. 취재진은 이 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한 법정에 찾아가 이 씨에게 문건을 보여주며 직접 묻기도 했지만 이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제보자 역시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접촉을 피했다.

법정에 등장한 ‘제보 문건’ 일부…본격 검증 돌입

2022년 10월 28일, 뉴스타파는 한동안 묵혀뒀던 제보 문건을 다시 꺼내보게 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중에 공개된 문건 하나가 제보 문건의 일부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가 주식 계좌를 관리했던 쩐주 양모 씨의 자필 진술서였다.

쩐주 양 씨가 쓴 사실 확인 진술서.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쩐주 양 씨는 ‘사실 확인 진술서’라는 제목의 이 서류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진술서를 선수 이 씨에게 써준 것이라고 했다. 진술서를 쓴 2011년 당시 이 씨가 권오수 회장과 갈등이 있었는데, 권 회장과의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하라며 자신이 이 씨에게 써준 것이라는 취지였다.

○ 검사 : 이 작성을 왜 하신 것인지 기억나는가요.

● 쩐주 양 씨 : 예, 이00 씨가 자기도 권오수 씨가 나쁘게 했다고 말해서 제가 “네가 떳떳하다면 법정에서 우리 세 사람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다”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고발하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제가 써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 증인 양00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022.10.28)

이 서류는 ‘양00 작성 사실확인서(4p)’라는 이름으로 법정 증거로 채택됐다. 믿어도 되는 자료라는 의미다.

검찰 수사기록서 선수 이 씨 필적 발견…“동일인 필적 추정” 소견

이렇게 제보 문건의 일부가 검증된 가운데, 얼마 전 뉴스타파는 나머지 문건을 검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쓴 본인 이름 세 글자다. 2023년 9월 뉴스타파가 확보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기록에서 선수 이 씨의 필적을 찾아낸 것이다. 이 씨 소유 물건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쓴 ‘임의제출 확인서’와 증인신문조서 등에서였다. 

검찰 수사기록에서 찾은 임의제출 확인서. 주가조작 선수 이 씨가 본인 이름을 쓴 흔적이 남아 있다.

제보 문건에는 여러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필적들이 담겨 있다. 이중 임의제출 확인서에 쓰인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글씨와 외관상 흡사해 보이는 글자들이 다수 보였다. 이 필적들이 임의제출 확인서의 선수 이 씨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 제보 문건의 주인은 이 씨 것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1차 작전 선수의 문건으로, 문건 내용들을 보도하는 게 가능해진다.

뉴스타파는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선수 이 씨 필적과 유사한 필적이 남아 있는 제보 문건 3장 그리고 임의제출 확인서에 적힌 이 씨의 필적이 일치하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감정 결과는 “동일인이 썼을 가능성이 높은 필적으로 추정”된다는 것.

필적 감정서의 일부.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필적이다.

김미경 대한문서감정원장은 제보 문건에 있는 김건희 세 글자를 예로 들었다. 김미경 원장은 ‘김’의 받침인 미음(ㅁ)을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타원형 형태로 돌려쓰는 습관이 보인다고 했다. ‘건’ 자의 기역(ㄱ)을 돌려쓰고 받침 니은(ㄴ)을 길게 빼는 특징, ‘희’의 히읗(ㅎ) 자를 돌려쓰는 필적 모두, 검찰 수사기록에 담긴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필적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음(ㅁ)’을 크게 쓰는 필습이라든지 ‘건’ 자나 이 부분에서 돌려쓰는 필습이라든지 그다음에 ‘니은(ㄴ)’을 장액으로 길게 빼는 습성이라든지 또 이 부분 같이 ‘이응(ㅇ)’을 좌측에서 시작해서 크게 돌려쓰는 필습, 이런 부분은 일반인한테는 조금 보기 드물죠.
- 김미경 대한문서감정원 원장

뉴스타파, ‘1차 작전 선수 문건’ 최종 확인

1년 6개월의 검증 과정을 거쳐, 뉴스타파는 이 문건을 ‘1차 작전 선수 문건’으로 명명할 수 있게 됐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는 앞서 언급한 쩐주 양 씨의 자필 진술서를 포함해, 어느 정도 실체를 추정할 수 있는 문서들과 추가 취재가 필요한 몇 가지 문서들이 섞여 있다.

‘본 계약 체결 조건’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대표적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제안을 받고 주가조작 작전에 참여하기 전, 선수 이 씨가 권오수 회장과의 계약 조건으로 내걸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혀 있다.

‘우호 지분 명세’ 문서는 주가조작 선수를 전적으로 믿고, 본인 소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온전히 맡긴 것으로 보이는 쩐주들의 명단으로 추정된다. 이 명단에는 김건희 여사도 있다.

이 씨가 주식 매매를 대리했던 쩐주 양 씨의 증권 계좌 정보 즉,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적힌 서류도 확인된다.

오늘은 이 씨의 문건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김건희 여사의 개입 정황 중 두 가지를 우선 보도한다.  

※ 관련 기사 보러 가기

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 거래 (https://newstapa.org/article/FEdv3)
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 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https://newstapa.org/article/QMHGe)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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