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걸린 의문의 "게임은 시작됐다" 마스크…결국 '철퇴'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전 여자친구의 현관문에 '게임은 시작됐다'고 적은 마스크를 걸어놓는 등 다세대주택 공동현관에 출입한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도어락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픽사베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다세대주택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전 여자친구의 현관문 앞에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걸어놓고, 얼마 뒤에는 전 여자친구의 사진을 문앞에 갖다놓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했다"며 A씨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건물 공동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되지 않았고,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주자의 주거 평온상태를 해친 '침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대법원은 2심과 달리 A씨의 행위를 '침입'으로 판단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공동현관은 거주자들의 확장된 주거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며 "사생활 및 주거 평온 보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므로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세대주택에 도어락, 경비원 등은 없었지만, 해당 건물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는 폐쇄회로(CC)TV의 설치나 기둥 벽면의 '외부차량 주차금지' 등의 문구를 통해 주차장 및 이와 연결된 다세대주택 건물 일체에 대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한다는 취지를 대외적으로 표시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전 여자친구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다. 또 이러한 행동 전후로 심한 욕설이나 성희롱적 언사가 포함된 메시지도 보냈다"며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의 의사와 행동, 주거 공간의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