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美, 중국 관련 약속 안 지켜…北 안보우려 해결해야”

류지영 2024. 3. 7. 19: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겨냥 “탄압 몰두하면 자기 손해”
“한반도 전쟁 안 돼…협상 재개해야”
“대만, 중국 일부란 사실 바뀌지 않아”
“팔레스타인 유엔회원국 가입 지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에서 갖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지난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중국이 올해는 수위를 조절하고 유화적 메시지 비중을 늘려 그 배경이 주목된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7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중미 관계 개선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미국의 잘못된 대중국 인식이 여전하다. 미국이 당시 약속을 전혀 지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을 탄압하는 수단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일방적 제재 리스트도 부단히 길어지고 있다”면서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보통 사람은 생각도 못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늘 말과 행동을 달리한다면 대국의 신용은 어디에 있는가. 자기만 번영을 유지하고 타국의 정당한 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도리는 어디에 있는가. 미국이 가치사슬의 상단을 독점하기를 고집하고 중국은 아래에만 머물게 한다면 공평한 경쟁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 탄압에만 몰두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왕 주임은 올해가 미·중 수교 45주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미국과 대화·소통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제거하기를 바란다”며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으면 양국에 좋고 세계에 좋은 큰일을 많이 해낼 수 있다”며 유화적 제스처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발언은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했던 친강 전 외교부장의 지난해 양회 기자회견 논조와 비교할 때 상당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친강 전 부장은 발언 첫머리부터 당시 미중 관계 경색을 유발한 ‘정찰풍선’ 사태를 꺼내 들며 “미국이 일부러 외교적 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그 재앙적인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성적이고 건전한 바른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자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 같은 직설적인 말도 등장했다.

친 전 부장은 임명 7개월 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면직됐다. 외교부장 자리에 복귀한 왕 주임은 “중미 관계는 양국 인민의 안녕과 인류, 세계의 앞날과 관련된다”는 말과 상호존중·평화공존·호혜협력의 미중 관계 3원칙을 언급하는 것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교·통상·글로벌 이슈 등 영역별 소통이 하나씩 재개되고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두 나라가 소통 재개를 통해 갈등 관리에 나선 것이 메시지 변화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정세가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평화 협상을 재개해 각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는 핵 폐기시 미국의 압도적 전력에 맞설 무기가 남지 않아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에 대한 평양의 고민을 미국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쌍궤병진(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친미·반중 성향 민진당 라이칭더의 승리로 끝난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해 “중국의 지방 선거일 뿐”이라면서 “선거 결과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 사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 대만이 반드시 조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역사의 대세도 바꿀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만 선거 뒤 180개 이상 국가와 국제기구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그러면서 “대만이 조국으로부터 분리돼 나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제적으로 누구든 ‘대만 독립’을 종용·지지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불을 붙여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묻자 “인류의 비극이자 문명의 치욕”이라며 팔레스타인 인민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되찾는 것과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식 회원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스위스와 아일랜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대한 비자 면제를 발표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 비자 면제 정책 시범운영에 들어간 중국은 경제 부진을 타개하고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추진 중이다.

류지영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