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였거든요?"…한화 원조 에이스의 KKKK쇼, 이러면 '황준서 5선발' 모른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호주 때까지만 해도 별로였거든요."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원조 국내 에이스였던 김민우(29)의 부활 조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우는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 홈팀이 0-1로 뒤진 4회초 2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31구 무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 평균 구속은 144㎞로 형성될 정도로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31구 가운데 직구가 24구였고, 변화구는 10㎞대 커브(3구)와 130㎞대 슬라이더(2구)와 포크볼(2구)을 조금씩 섞어서 타이밍을 뺏는 정도로만 사용했다.
김민우는 이날 3이닝 모두 삼자범퇴로 끊으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4회 문현빈과 김태연을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이날 타격감이 가장 좋은 채은성에게 2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채은성은 이날 홈팀 선발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치고, 7회초 홈팀 3번째 투수 정이황에게 좌월 투런포를 터트리는 등 장타를 펑펑 쳤는데 유일하게 김민우의 공만 공략하지 못했다.
김민우는 5회에도 이진영을 삼진, 하주석을 중견수 뜬공,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5회에는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 박상언을 유격수 땅볼, 김강민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면서 임무를 마쳤다.
최 감독은 경기 총평을 하면서 이날 가장 주목을 받았던 류현진의 경기 내용을 복기하자마자 김민우 칭찬을 이어 갔다. 최 감독은 "김민우의 공이 좋았다. 김민우는 확실히 직구가 살아나면 좋은 피칭을 한다. 오키나와에서 kt 위즈전 이후로 오늘(7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최 감독이 언급한 오키나와 kt전은 지난달 29일에 치렀다. 김민우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서 2⅔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면서 48구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직구 최고 구속은 143㎞였는데, 일주일 사이 구속을 4㎞ 정도 더 끌어올리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김민우가 좋은 활약을 이어 가면서 최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화는 현재 류현진-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4명은 확정한 상태다. 마지막 5선발을 누가 차지할지 확정하지 못한 상황. 호주 멜버른 1차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최고 기대주 황준서가 5선발 경쟁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김민우는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부터 판세를 뒤집었다. 김민우는 멜버른 캠프까지는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올겨울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야구 아카데미인 드라이브라인을 찾아 구속 향상에 무게를 두고 개인 훈련을 진행하면서 스프링캠프 시작일보다 한 달 정도 먼저 몸을 만들었는데도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오니 최 감독은 고개를 갸웃했다.
최 감독은 "김민우는 미국에서 구속 향상에 초점을 두고 트레이닝을 했다. 그런데 호주 때까지만 해도 별로였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몸을 한 달 이상 빨리 만든 상태였다. (미국에서) 100%로 던지고 온 거니까. 그에 비해 별로였다(웃음). (호주에서는) 상대적으로 황준서와 김기중이 좋았다. 그런데 오키나와에 오면서 공이 확 살아나더라"고 이야기했다.
감독은 당연히 현시점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 경험 면에서도 김민우가 황준서에 앞서는 상황이다. 김민우는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5년 정도 유망주로 머물다 2021년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으면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해 29경기, 14승10패, 155⅓이닝,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면서 2011년 류현진(11승7패) 이후 10년 만에 나온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한화 국내 선발투수가 됐다. 그해 여름에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발탁되면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민우는 2021년의 좋은 흐름을 쭉 이어 가진 못했다. 2022년에도 29경기에 등판해 163이닝을 책임지며 국내 에이스의 임무를 다했지만, 6승11패, 평균자책점 4.36에 그쳐 만족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는 시즌 도중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12경기만 등판하고 시즌을 접어야 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아쉬운 2년을 보냈기에 김민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개인 연수까지 받으면서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노력의 성과가 조금씩 마운드에서 나타나고 있고, 최 감독의 마음에 조금씩 5선발로 안착하고 있다.
최 감독은 5선발 고민과 관련해 "좋은 고민이다. 김민우는 선발 경험이 있고, 지난해에만 어깨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못 던졌지 그전에는 2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다. 회복해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김민우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황준서도 좋은 선수지만, 김민우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또 다르다. 긴장도와 타자, 스트라이크존도 다 다르다"며 김민우에게 이미 마음이 기운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시범경기 끝까지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황준서는 오는 17일과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을 치를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프로 데뷔 전에 국가대표로 차출된 격이니 경사인데, 선발투수로 투구 수를 올려야 하는 황준서의 상황에서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 감독은 "황준서는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둘째 날(10일)에 던지고 바로 대표팀에 가야 한다. 가서 어떻게 던질지는 모르겠다. 가서 선발투수 투구 수를 맞출 수 있을지 봐야 할 것 같다. 대표팀에서 얼마나 던지는지 보고 향후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황준서는 좋은 선수다. 연령 대비 보면 상당히 좋은 선수다. 5선발 자리에 충분히 기회를 제공할 만한 자질을 갖춘 선수다. 어찌 됐든 김민우의 구위가 회복되면 감독 입장에서는 경험이 있는 선수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이며 김민우가 5선발 경쟁에서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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