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층 짓고 싶은데 공사비가 미쳤어요”...눈높이 낮추는 재건축 단지들
4지구 77층 초고층 재개발
서울 곳곳서 높이 갈팡질팡
평당 재건축비 1천만원 눈앞
‘초고층 아파트’를 추진하던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초고층 단지로 개발할 경우 조망권 등을 확보해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아 주변 아파트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대다수 조합이 이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층수가 많을수록 부담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분담금 폭탄’을 걱정해 70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조합이 다시 50층 미만 재건축을 선택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강 변 70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던 성수전략지구 내 1지구와 4지구가 소유주 투표를 거친 결과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 둘 다 50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에 나설 것인지, 50층 미만 준초고층 재개발을 진행할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1지구는 투표 결과 50층 미만 재개발을 선택한 조합원이 50.97%, 초고층 재개발을 선택한 조합원이 47.47%였다. 근소한 차이로 50층 미만이 선택된 것이다. 반면 성수4지구는 초고층인 77층 재개발을 선택했다.
안전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30층 건물과 60층 건물을 비교하면 건축 자재는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대피용 층을 만들고 엘리베이터 성능을 높이는 등 추가로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더 높은 층을 선택한 조합은 다른 단지와의 경쟁력을 걱정한다. 초고층을 선택하지 않았다가 자칫 재건축·재개발이 완료된 후 저층 단지라는 평가를 받으면 가격 경쟁력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수동 외 서울 곳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개포주공 6·7단지는 지난해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에 따라 49층 재건축을 타진했지만 기존 안대로 35층 재건축안을 진행하기로 했다. 층수를 높이면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것을 검토했지만 3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압구정이나 여의도, 이촌동 한강맨션 등은 여전히 50층 이상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요즘 공사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의 연도별 3.3㎡(1평)당 평균 공사비는 2019년 490만2000원에서 2023년 754만5000원으로 53.9% 올랐다.
3.3㎡당 공사비가 곧 10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6일 게시한 시공사 입찰을 위한 최초 공고에서 3.3㎡당 공사비로 920만원을 책정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 나섰다가 한 번 유찰된 신반포27차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958만원으로 늘려 사업을 다시 진행 중이다.
일반 아파트보다 공사비가 높게 책정되는 주상복합 등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이 넘는 현장도 벌써 나타났다. 지난달 입찰 공고를 낸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업무지구 제2구역 재개발 조합은 첫 입찰에서 3.3㎡당 공사비 1070만원을 제시했다. 같은 달 공고를 낸 마포구 마포로1구역 제10지구 재개발 조합도 3.3㎡당 공사비 1050만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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