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로봇 심판 드디어 베일 벗는다→근데 왜 100% 정확도가 아닐까
KBO는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ABS에 관한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KBO는 2024년 시범경기부터 전 경기를 대상으로 ABS를 운영한다. 아직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로봇 심판을 한국이 먼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일단 KBO가 발표한 ABS 관련 운영 개요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 설정은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를 적용하며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를 적용한다. 이에 신장 180cm 선수를 예로 들면 상단은 101.43cm, 하단은 49.75cm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타격 자세는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스파이크의 높이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신장은 맨발 기준으로 측정할 예정이다.
이날 KBO는 지난해 볼·스트라이크 판정 데이터를 공개한 뒤 ABS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KBO에 따르면 한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양 팀 합쳐서 약 300개였다. 이 중 타격과 파울 등의 상황을 제외하면 심판이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한 횟수는 166개였다. 이 중 PTS(피치 트래킹시스템)와 심판의 판정이 일치하지 않은 건 약 14.4개였다. PTS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는데, 심판이 볼 판정을 내린 경우는 약 7개였다. 반대로 PTS가 볼 판정을 내렸는데, 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 건 7.4개였다.
이에 따라 2023 KBO 리그 심판의 볼·스트라이크 판정 정확성은 91.3%로, 약 8.7% 불일치 판정이 발생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심판의 정확성은 92.5%다.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판정이 나오면서 선수와 심판이 때로는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모습은 사라질 전망이다. KBO는 "2024년 ABS 판정을 적용할 경우, 약 95~96% 정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체의 오류가 있을 수 없는 로봇이 판정하는데, 왜 100%가 아닌 최대 96%의 정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오각형인 홈플레이트 상공의 3차원적 기둥)을 ABS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현재 심판과 선수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ABS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규칙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과 ABS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4~5% 정도 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올해 시행될 ABS 판정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100%의 일관성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KBO는 "2024시즌 적용될 ABS의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이 같은 설정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이라면서 "MLB 사무국이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 사이드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KBO는 "심판원이 ABS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심판 자체 판정 또는 경기 중단 후 ABS 운영, 복구 가능 여부를 판단해 경기 재개 방식을 판단하고 양 구단에 이를 통보(심판원 - ABS 현장 요원 소통)한다"면서 "ABS 판정 이전과 판정 중, 그리고 판정 이후 후속 플레이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해당 후속 플레이에 대한 최종 심판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볼 인플레이 상황으로 진행한다. 이후에 최종 ABS 또는 주심 판정 결과에 따라 심판팀장의 재량으로 후속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KBO는 ABS에 관해 "KBO 리그 및 퓨처스리그 트래킹 결과 분석 시, 약 99.8%의 추적 성공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KBO는 리그에 적합한 피치클락 규정 적용을 위하여 지난해 KBO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 조사 등 세부 지표를 분석하여 KBO 피치클락 규정을 확정했다. KBO 리그에서는 전반기 시범 운영에 따라 위반에 따른 볼·스트라이크 등의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경고가 부여된다. 또한 견제 제한 등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전체 규정이 적용된다.
투구 간 시간 제한은 주자가 누상에 없을 시 18초, 있을 시 23초를(MLB 기준 15초, 20초) 적용한다. 타자와 타자 사이(타석 간)에는 3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하며 포수는 피치클락의 잔여 시간이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위치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의 타임 횟수는 타석당 1회로 제한되며, 수비팀에는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주자가 있을 때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외에도 수비팀의 타임 요청, 허용되는 시간 외의 포수의 포수석 이탈·투수의 공 교체 요청 등도 투구판 이탈로 간주된다. 투구판 이탈은 타석당 세 차례까지 허용되며, 네 번째 이탈 시에는 보크가 선언된다. 단, 네 번째 투구판 이탈로 아웃을 기록하거나 주자가 진루할 경우에는 보크가 선언되지 않는다. 누적된 투구판 이탈 횟수는 한 주자가 다른 베이스로 진루 시 초기화된다.
KBO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ABS 도입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파크에서 휴가도 반납한 채 동계 훈련에 임했다. 피치 클락과 ABS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일각에서는 로봇 심판이 도입으로 인해 사람 심판의 밥그릇이 빼앗길 위기에 놓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심판들은 오히려 로봇 심판의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인해 누구보다 많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허운 전 심판위원장은 "ABS가 도입된다고 할지라도 심판은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ABS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을 ABS가 해주는 것일 뿐, 더 중요한 게 또 있기 때문이다. 단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거다. 이 ABS가 잘 정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판들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도 죽을 듯한 압박감을 받는다고 호소하며 그만두려는 심판이 있다. 그렇지만 다 살려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ABS가 잘 정착돼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 외에 심판이 할 일은 또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잘 될까'하는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말 성공적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새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선수들도 ABS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LG 불펜 투수 함덕주는 로봇 심판에 관해 "일단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속구는 어차피 어느 정도 다 비슷하게 찍힐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모든 투수들의 변화구 궤적이 다 다르다. 저도 그런 부분을 많이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잘 이용하려고 할 것 같다. 만약에 높은 공이나, 그런 걸 잘 잡아준다면 더 많이 던질 것 같기도 하다. 또 낮게 깔리는 게 걸쳤다고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그것도 좀 비겁한 것 같지만(웃음) 어쩔 수 없이 던져야 할 것 같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포수의 프레이밍 기술은 어떻게 될까. 포수 출신인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포수가 이제 프레이밍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투수들이 본인 공을 포수가 정확히 잘 잡아줬을 때 느낌이 더 온다. 그렇기에 그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로봇 심판이 도입된다면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로봇 심판으로 인해 포수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로 평가받고 있는 롯데의 안방마님 유강남은 "ABS를 속이는 건 쉽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투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로봇 심판이 도입된다고 해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불안하게 잡는다고 하면 그 또한 투수가 공을 던지는 데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더욱 안정적으로 잡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재동=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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