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외관 속 아늑한 실내…외강내유 ‘EV9’ [여차저차, 이차]

김선영 2024. 3. 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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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어사전에 따르면 여차저차는 ‘이러하고 저러하게’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담당 기자로 각 브랜드마다 내놓은 주력 차량을 탑니다. 그래서 ‘여차저차’ 차가 가진 특성과 장단점을 살펴보는 시승기를 연재합니다. 기사에 소개된 차량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기자의 취재 역량 안에서 추가 확인을 통해 답글로 ‘애프터 서비스’ 하겠습니다.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은 지난 1월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폰티악 M1 콩코스에서 열린 ‘2024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SUV 부문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1994년에 설립된 이 시상식은 특정 출판 매체와 관련이 없는 시상식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차 시상식으로, 북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북미 올해의 차 심사위원단은 EV9에 대해 “웅장하고 담대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상품성을 모두 갖춘 차”라고 평가했다.
2024 EV9
앞서 EV9은 지난해 9월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11월 ‘2023 뉴스위크 오토 어워즈’ 최고의 프리미엄 SUV, 아우토빌트 ‘2023 골든 스티어링 휠 어워드’ 패밀리카 부문, 영국 전문매체 탑기어 주관 ‘2023 탑기어 어워즈’ 올해의 패밀리카 등에도 선정된 바 있다. EV9은 오는 27일 예정된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발표되는 ‘월드 카 어워즈’(World Car Awards·WCA)에서도 ‘세계 올해의 차’ 후보에 올랐다. WCA가 선정하는 ‘세계 올해의 차’는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힌다. 이처럼 기아 EV9이 세계 유수의 신차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직접 타봤다.

◆ “소리없이 강하다”

4살된 아들은 또래 아이들처럼 자동차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 아들이 이번에 ‘EV9’을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우리 차보다 EV9이 훨씬 더 넓고 좋아요”라며 신나게 뒷좌석에 뛰어들었다. EV9의 차량 제원상 크기는 전장(자동차 길이) 5010㎜, 전폭(자동차 폭) 1980㎜, 전고(자동차 높이) 1755㎜,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 3100㎜다. 편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 등 현대차그룹 전용 플랫폼 E-GMP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는 회사 측 설명처럼 실내 공간은 넓고, 탁 트인 개방감과 공간감도 탁월했다.

아들을 태우기 전 카시트 설치도 무척 간편했다. 좁은 차량 안에서 카시트를 설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였다. EV9 2열은 스위블 시트로 구성돼 의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전동식은 아니지만, 시트 앞에 붙은 버튼식 레버를 살짝 당기고 시트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면 된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좌석을 90도 돌려 카시트를 손쉽게 설치할 수 있었다. 180도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 시트는 ‘차박’, ‘캠핑’ 등 야외활동에서도 활용도가 커보였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에 들어서자 “아빠, EV9 진짜 조용해요. 그리고 힘도 센 거 같아요”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이제 우리 차는 안 타고 EV9만 타고 싶어요’라고 할까봐 짐짓 모른 체했다. 하지만 이번 시승 내내 느낀 EV9의 강점은 “조용해요”, “부드러워요”, “힘 센 거 같아요”라는 아들의 첫 인상과 일치했다.

◆거대하지만 날렵하고 민첩한 대형 SUV

기아는 지난해 6월 EV9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 3열 대형 전동화 SUV다. 이번에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EV9 6인승 어스 4WD(사륜구동) A/T 모델이었다. 최고 출력 283㎾(384마력)로 21인치 타이어와 99.8kWh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54㎞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차였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EV9은 운전석이 더 넓어보였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한데 묶여있다. 시인성도 우수했고 보기에도 깔끔했다. 시동 버튼이 통합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운전대 뒤에 배치됐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적응되니 한결 편했다.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대형 SUV지만 주행성능은 민첩하고 날렵했다. 공차중량이 2425㎏ 달하지만 가감속 반응이 빠르고 부드러웠다. EV9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5.3초다. 특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묵직하게 치고나가는 가속성이 인상적이었고, 고속에서는 속도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이 뛰어났다. 이중접합 유리와 프론트 범퍼 에이커튼 등을 적용해 풍절음과 하단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차단해 실내도 비교적 조용했다. 다만 시속 120㎞ 이상을 넘어서면서는 약간의 풍절음이 들렸다.

◆ 참 마음에 들지만…가격이 ‘높은 벽’

EV9은 전방 차량은 물론 끼어드는 차량을 판단해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처음에는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는 차량에 기자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후 EV9이 끼어드는 차량을 판단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더이상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EV9에 처음으로 적용된 정전식 핸들도 인상깊었다. 기존 현대차그룹 차량들은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을 켰을 때 핸들을 조금씩 흔들어줘야 차량이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전식 핸들은 손만 살짝 올려놓고 있어도 ‘핸들을 잡아달라’는 경고 메시지로 보채지 않았다.
도심에서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동안 일정한 속도로 앞차와 안전거리 유지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해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출퇴근길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매우 유용해 보였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더욱 진화해 앞차와 거리를 더 능동적으로 조절하면서 연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주행한다고 한다.
그래선지 서울 청량리에서 경기도 동탄까지 출근 시간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 총 54.8㎞를 주행 후 확인한 전비는 kWh당 4.9㎞였다. 전비를 신경쓰면서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 공인 복합 전비 3.9㎞/kWh보다 실제 주행 전비효율이 높게 나왔다. 충전시간도 부담스럽지 않다. 기아에 따르면 EV9은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
다만 차 가격은 부담스럽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차값 할인 모델에 대해 지원하면서 기아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EV페스타’를 실시중인데, EV9은 350만원의 제조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확정된 제주도를 기준으로 할 때, EV페스타를 통해 구매하면 가격표상 세제 혜택 후 가격 대비 실구매가는 EV9 2WD 19인치 모델의 경우에 7337만원에서 6519만원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최상위 트림에 각종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크게 오르고 수입차를 비롯해 같은 가격대의 선택지도 적잖은 것이 사실이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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