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도 너무한 선거용 지방행차, 이런 ‘귀틀막 대통령’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18번째 민생토론회 장소로 인천을 찾았다. 이번에도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 도약의 지름길”이라며 지역 개발 약속을 쏟아냈다. 항공·항만·철도·도로와 배후부지까지 거론할 수 있는 건 다 망라했다. 새해 1월4일 첫 토론부터 이날까지 64일 동안 민생토론은 매번 이랬다. 전국을 돌며 선심성 약속이나 표심을 자극하는 개발 청사진만 쏟아냈다. 그러다 ‘총선 개입’ 논란이 커지더니 급기야 고발전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의 18번 민생토론회는 선거용 의혹을 살 만하다. 시기·장소부터 묘하다. 총선 전 100일이면 행여 시비에 휘말릴까 자제하는 것이 통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시기에 3.5일에 한 번, 즉 매주 두 번꼴로 전국을 순회했다. 대전·충남을 포함해 경부축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오갔다. 국민의힘 표 결집이 필요하거나 격전이 예상되는 곳들이다.
토론회 형식과 내용은 더욱 부적절하다. 윤 대통령이 정부 계획을 죽 밝히면, 참석자들이 그 정책이 필요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정부 관계자 답변과 윤 대통령 마무리 발언이 이어지는 식이다. 애초 반대 의견이나 다른 질문이 나올 공간은 없다. 각본에 따른 ‘일방 홍보쇼’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내용도 그린벨트·군사보호구역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가덕도·대구경북 신공항 같은 개발 공약이거나 상속세 완화,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 등 선심성 계획들로 점철됐다. 대규모 재원이 들거나 국회 입법이 필수지만 재원 대책 등은 없다. 일단 던져놓고 보는 ‘선거 공약’ 의심이 들고, 재탕도 많다. 정작 시민들이 힘들어하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관권 선거’라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 금지(85조)를 규정하고, 구체적 사례의 하나로 ‘즉시 진행하지 않을 사업의 기공식을 하는 행위’(85조1항5호)를 제시하고 있다. ‘당장 하지 않는 사업 발표’를 윤 대통령이 쏟아내는 건 누가 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열심히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이러니 입틀막에 더해 ‘귀틀막 대통령’이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 회의에선 3대 중점 단속 사안의 하나로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꼽았다. 부메랑이 된 그 말이 윤 대통령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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