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李, 4년전 승리 취해 공천 전횡… 韓은 혁신 물리고 당선 올인"

이규화 2024. 3. 7. 19: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친위그룹 둘러싸여 잘못 판단… 총선 전까지 갈등 봉합되기 어려워
유죄받은 조국 확장성 한계… 동교동 주류·친문 모이는 이낙연 당 주목해야
한동훈, 현역·당선가능성 중점은 약한 당기반 때문… 한강벨트 공천은 잘해
총선이후 정치 요동… 대통령·집권당 최우선 과제는 넓은 소통 통로 여는것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저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어요. 전 정부 실정 때문에 갑작스럽게 부상한 대항마였으니 지지층이나 중도층은 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이 잘하는 게 뭐 있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봐라 우리가 이길 거다'라고 하지요. 좀 시간이 지난 얘기지만 이 대표가 151석 이야기를 했을 때 제가 받은 느낌은 엄청난 환상에 잡혀있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저렇게 소란스럽고 문제 많은 공천을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한국의 정치 과정, 제도, 작동방식을 연구해온 서울대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랄 것도 없는 기형의 준연동형비례제를 안고 가는 것이나, 70년 전통의 당이 송두리째 '일인천하'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강 교수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격변이 다 선거와 관련해서 일어났다"며 "선거의 역동성과 유권자 판단의 건강성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향후 정치 전개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당초 기대됐던 혁신공천의 후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횡재'가 가져올 자충수도 경고했다. 강 교수는 이번 총선은 심판 대상이 애매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평가 의미도 있지만, 지난 4년 민주당의 입법권력이 보여온 독단에 대한 평가 의미도 그못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과 향후 한국 정치판의 향방에 대해 강 교수의 고견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강 교수 연구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는 걸 각오하고 자기 사람 심는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저는 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공천하는 건 물론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재명 대표가 너무 친위그룹에 둘러싸여 있어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보니 진다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투표일까지 한 달가량 남았는데 지금 이 흐름이 크게 바뀌긴 힘들어요. 민주당에 쏠리는 지금 이슈가 단발성이 아니잖아요. 단발성이라면 다른 이슈가 덮을 수도 있거든요. 민주당은 지금 세력이 분산됐습니다. 구조적인 거라서 30여 일 동안 봉합되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이미 공천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입니다. 돌발 변수는 생길 수 있지만 새로운 이슈가 제기될 만한 게 별로 없어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정부 지지론이 엇비슷합니다. 집권 2년 되어가는 시점이라면 현 정부 평가가 총선의 이슈가 되는 게 보통인데, 그렇지 않아요. 무엇보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최근 조금 상승세지만 30% 후반에 그치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윤 대통령은 오랫동안 정치적 기반을 닦아서 대통령이 된 분이 아니죠. 갑자기 등장했잖아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의 대항마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상한 거 아니에요?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거예요. 검증도 안 됐고요. 그런데 어떻게 당선이 되었느냐 하면, 일단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문제, 그다음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겁니다. 여기는 너무 못했고 더는 못 믿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는데, 정말 애정을 갖고 잘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찍은 건 아니죠. 이 사람들 눈에는 역시 잘하는 거 같지 않은 거예요. 그렇다고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당 지지자로 가는 건 또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심판 대상이 왜 윤석열 정부만 돼야 하냐고요? 윤 정부는 행정부 권력이고 의회 권력은 민주당이 갖고 있었잖아요. 그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한다는 심리가 있는 겁니다."

-입법 권력에 대한 심판 심리가 작용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윤 정부 내내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정파적 입법을 밀어붙였어요.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는 주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그간 정치 대립의 책임을 민주당도 함께 지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30% 중반 정도 한 35% 정도의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 저는 상당히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최근 의대정원 증원 관련해서도 '의사들의 협조'로 조금 올라가고 있잖아요.(웃음)"

-의대정원 증원문제는 총선 이슈가 안 될 수가 없겠군요.

"이 문제가 선거와 관련해서 야당의 새로운 이슈 던지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국면도 있어요. 어쨌든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이 1년 반가량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새로운 사실로 유권자들의 표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윤석열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를 접었다고 할까요. 물론 이런 생각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거겠지만요. 이런 심리를 모르고 이재명 대표가 공천을 지금처럼 사천 논란을 일으키며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뭔가 크게 실수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 틈바구니를 노리고 조국신당(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는 우리를 선택해달라고 하고 있는데요.

"조국신당으로 사람들이 가게 되면 아마 친문 쪽 사람들이 가겠죠. 그런데 얼마나 그쪽으로 모아질지는 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조국 전 장관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잖아요. 지금 이미 유죄를 받은 상황이고요. 일단 반발로 그쪽으로 사람이 모일 수는 있지만, 그게 어디까지 갈는지는 좀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저는 조국신당이 그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가 주목하는 건 이낙연 신당 쪽입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이제 동교동 주류들이 많이 가고 있잖아요. 그리고 친문들도 있고요. 호남에서의 정치 지형도 마지막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돼요."

-아직은 지지세가 미미한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동안 여론조사 자료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호남 지역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낮지만, 이재명 대표 지지도도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역대 민주당 지도자 중에서 제일 낮지 않나 합니다. 민주당의 리더이니까 지지는 하지만 개인적인 선호도는 그렇게 높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근데 지금 호남에서도 공천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고, 거기에 이낙연 전 대표 등 그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출마를 선언했어요.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표가 분산될 수 있습니다. 8년 전 안철수 당(국민의당)처럼은 안 되겠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동안 지지해왔던 정당들에 대해서 불만이 있으면 그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일시적이더라도 다른 정당 지지로 옮아갈 수 있죠. 물론 받아줄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하지만요."

-'비명횡사'에 가려 있지만, 국민의힘의 공천은 너무 안전지향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중진 공천이 많고 정치신인 비중이 적다는 건데요.

"당선 가능성을 우선 보는 거죠. 그러면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현역들이 유리하니까요. 전략공천을 하건 아니면 미래세대를 키운다는 그림을 갖고 의도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정치 신인들은 항상 불리하죠. 30대 중반 친구가 유능하고 미래 가능성은 높은데 여론조사를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지금 용산 대통령실에 있던 젊은 친구들이 가서 떨어지고 있잖아요.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거죠. 근데 도와주면 또 용산이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거고요. 그게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당에 맡겨놓은 거죠. 그렇다면 현역들이 당연히 유리한 기득권을 누리게 되는 겁니다."

-그걸 보면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한동훈 위원장이 혁신 공천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윤석열 정부가 지금 급한 거죠. 일단은 다수당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어쨌든 1당이 돼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뭐 물갈이건 뭐건 일단 그런 것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중요한 거예요. 사실 장제원 의원만 애매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배려를 할지 모르겠지만요."

-국민의힘이 세대교체보다는 일단 1당에 되는데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건 국민들이 판단을 해줘야 될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외부의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당내 기득권이 바뀌지는 않거든요. 자꾸 공천 때 당의 자율성을 얘기하는데, 현역 의원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자기 몫 챙기려고 하는 거예요. 당선 가능성은 높지만 당이 앞으로 나아가는데는 장애죠. 한동훈 위원장이 현역, 당선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데는 또 당의 기반이 약한 데서도 찾을 수 있어요. 전면에 나서서 당의 얼굴로 차기 가능성을 보고 활동할 수는 있지만 당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거죠. '내가 당을 맡았으니 내가 내 마음대로 싹 갈아보겠다'고 하기에는 내용도 모르고 경험도 없고 또 그만한 인맥도 사실 없기 때문에 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또 살펴볼 게, 지난번 선거에서 왕창 졌기 때문에 현역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빈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거죠. 현역을 최대한 보장을 해주더라도 특히 수도권에서 왕창 졌기 때문에 운용할 자리가 많은 겁니다. 그런 빈자리를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되는 인물들로 공천을 하게 되면 변화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요. 강남 등 우세지역에 국민공천제를 한다고 하는데, 지켜봐야죠."

-현 판세 분석을 보면 '한강벨트'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21대에서 민주당이 대승한 것은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휩쓸었기 때문이에요. 한강벨트에서 민주당이 뒤지는 건 전국적 현상의 반영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비집고 상대적으로 공천을 잘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주류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했는데 그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21대의 민주당 대승은 민주화 이후 어느 정당도 얻지 못한 성과입니다.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죠. 4년 전을 생각해보면 코로나 방역이 사실 모든 이슈를 다 덮어버렸습니다. 선거운동도 제대로 못 했죠. 당시 방역이 외국에 비해 잘 되고 있다는 판단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높인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잘 해서 거둔 성과가 아니거든요."

-민주당이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가요?

"그만큼의 우위를 가질 만한 민주당이 지금 아니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건 그땐 보수가 분열이 되어 있었습니다. 황교안, 나경원 체제로 강성 보수가 한축이었고 거기서 빠져나온 상대적으로 온건한 집단이 분리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일부는 안철수 진영이 차지했고요. 또 박근혜 탄핵 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보수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든지 뭔가 저기에 대해서 벌을 줘야 되겠다는 정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상황이죠. 그런데 바뀌었어요.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계기를 한 것이 서울이죠. 서울에서 이겨서 다른 데서 진 걸 뒤엎고 0.73% 이긴 거죠. 서울은 전통적으로 야당 민주당의 땅이었던 거죠. 그런데 2022년에 뒤집어졌단 말이에요. 또 그 몇 달 후 치른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또 이겼단 말이에요. 물론 부동산 가격폭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서울 유권자의 변화를 유심히 봐야 되는 부분이거든요. 현재 지난 대선의 지지세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민주당이 그 부분을 좀 더 깊이 생각해야 되겠네요.

"코로나19 감염 사태라는 이례적 국면이 아니었다면 180석을 확보할 수 없고, 지금은 민주당에 악재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공천을 저렇게 하는 건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는 거지요. 이재명 대표 주변에 있는 분들로부터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낮으니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윤 대통령 이야기하면 '잘하는 게 뭐 있냐' 이런 이야기들 다 하니까, '봐라 우리가 이길 거다'라고 생각하지 않나 하는 겁니다. 이 대표가 전에 151석 이야기를 했을 때 제가 받은 느낌은 '이 대표는 지금도 한 160석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나'였어요."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7%까지 지지율에서 앞서가고 폭이 더 확대되는 양상인데요.

"지금은 야당의 공천과 관련된 잡음이 크고 분열된 모습이어서 국힘과 정당 지지세 격차가 넓어졌지만, 투표일 가까이 되면 좁혀질 가능성이 있어요. 야당이 본격적으로 이러저러한 공세도 할 거고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떤 특정 이슈와 관련된 부분이면 야당이 새로운 이슈를 던져서 덮을 수 있는데, 지금 지지율 격차라는 게 뭉쳐져 있던 야당이 이렇게 쪼개지면서 나타났기 때문에 선거일이 가까워진다고 해서 얼마나 좁혀질지는 미지수예요.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할 테지만, 민주당이 쪼개져 생긴 정당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공격을 할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국민의힘과 싸워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낙연 등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탈파와도 싸워야 되는 거죠. 이제 전선이 2개가 생겨난 겁니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세를 약해졌지만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 민주당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공천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가 이르지만, 이준석 대표가 화성 동탄 쪽으로 출마지역을 정했잖아요. 거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거든요. 자기 당 지지층이 20·30대라는 걸 아는 거지요. 이들은 아직 의견 표명을 못 하고 있거나 그냥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준석 신당이 본격적으로 공천하고 활동하면 저는 수도권에서는 어느 정도 특히 비례 표와 관련해서는 꽤 가져갈 수 있다고 봐요. 김종인 전 위원장도 가 있잖아요. 이 분도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고, 일단 당의 존재감이라고 할까, 당의 무게감을 올리는 데는 성공했어요. 이낙연의 새로운미래가 좀 정리가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제3지대에 대한 평가가 나오겠지요."

-한쪽에선 민주당이 위성정당 비례대표를 통해 경기동부연합 계열의 옛 통진당 출신들이 국회로 진출할 길을 텄습니다.

"그들은 우리사회에서 레디컬로 대표되는 정치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최소 몇 명은 국회에 진출할 겁니다. 이들은 반체제 반국가 세력으로 불리는데, 저는 이들이 제도권 안에 들어가면 감시의 눈에 노출돼 과격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국민 수준이나 정치 포용력이 그 정도를 감수해 내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아요. 이념적 다양성은 우리 사회와 정치를 건전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저는 이번에 다당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준연동형제에서는 더 많이 잃을 곳(비례대표)은 더 많이 얻었던 곳(지역구)이잖아요. 지역에서 크게 이겨도 비례에서 많이 못 얻으면 비례대표는 몇 석 못 가져와요."

-교수님은 여러 정치세력들이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발언과 의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번에 그럴 가능성이 보입니까.

"결국은 국민의 선택으로 가야 되는 거죠. 우리 국민들이 특정 정치세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면 안 되는 거고, 그걸 포용할 수 있다 하면 그런 구도가 형성되는 겁니다. 지금 제도 밖 시민사회에서 무책임한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다음 선거를 생각을 해야 되고 평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그렇게 못합니다.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평가를 훨씬 더 엄격하게 받게 되는 거죠. 긴 안목에서 보면 그게 우리 시스템의 건강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총선의 포인트 중 하나가 80년대 운동권 출신의 청산 여부인데요.

"운동권이 포진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쨌든 '비명횡사'로 상당수 운동권들이 떨어져나가는 부수적 효과가 나타나고는 있어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운동권 청산은 이번에도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운동권이 본격 정치에 들어온 것은 2000년부터이고 대다수가 2004년 총선이 계기가 됐어요. 정치권에서 20년이면 5선입니다. 2000년부터 치면 6선 정도 되는 거죠. 이제 시기적으로도 물러가 뒷방에 있어야 될 상황입니다. 586, 686이 아니라 794, 795세대가 만약에 운동권의 생각과 같다면 연령은 내려갔지만 사실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똑같기 때문이에요. 어떤 분들인지 사실 검증이 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그래야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죠. 이번 선거의 세대교체 관련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운동권이 주장하던 그런 이야기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죠. 이제 미래를 위한 혁신의 비전이 필요한데, 그건 온데 간데 없어졌고 권력만을 추구하는 양상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공천에서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게 '이재명표 진보'는 뭐냐는 겁니다. 내 사람만 꽂으면, 정치에서 중요한 게 명분인데 그게 없는 겁니다. 지금 보수도 새로운 보수가 안 보이는 건 마찬가지예요. 보수는 먼저 바꾸자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

-보수도 한동훈 위원장을 모티브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수 정치의 새로운 변화와 관련해서 필요한 부분들이 요구되고 있어요. 결국 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참모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거기에 당이 변화의 목소리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에 변화의 단서가 있습니다.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 과하거나 모자라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고쳐나갈 수 있느냐가 지금 여당으로서 중요한 거고요. 결국 보다 품이 넓은 소통의 통로를 여는 것이 보수 대통령과 집권당의 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이렇게 총선 결과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실제 여론조사가 그것을 뒷받침하면서 용산과 국민의힘이 속으로 안도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당선된 대통령은 성공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선거 때 약속했던 것들이 지켜져야 되는 게 맞는다고 보고요. 선거 때 약속하고 임기 동안 추진하고 선거 끝나고 나서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대의제시스템이니까요. 그런데 일도 못 해보고 끝나면, 불행한 일이잖아요. 또 대통령이 약속한, 특히 개혁과 관련해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요. 이제 못했던 것을 추진해야 맞는데, 만약 여대야소가 될 경우 걱정되는 것도 있어요. 선거 전에 야당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할 수도 있단 말이죠.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너흰 맘대로 떠들어라.' 그럴 가능성요. 그건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고요. 지난 2년 동안 돌아보면 윤 대통령의 장점은 분명히 많아요."

-더 소통하라는 말씀이지요?

"분명한 결단을 내릴 줄 알고 여론과 상관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는 겁니다.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도 그렇고, 이번 의대정원 증원 관련된 것도 그렇고, 뭐랄까 그런 결단을 내릴 줄 알고 추진력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본인이 검사라는 관료 출신이라서 공무원조직 장악할 줄 아는 것도 장점 같아요. 근데 장점이 있는 반면, 정무적인 부분은 단점인 거죠. 듣기 싫은 소리 싫어해선 안 돼요. 관료들은 두 가지 덕목을 추구한단 말이에요. 하나가 효율이고 하나가 결과예요. 그런데 정치는 절차가 중요하고 과정이 중요하고 거기서 합의를 도출해내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이렇게 직선으로 가는 게 제일 빠른 길이지만, 저렇게 돌아가는 길도 더 나은 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년간 소통이 미흡했단 지적은 많이들 합니다.

"이제 타협해 가면서 가는 거죠. 비용이 좀 더 들 수 있죠. 이게 정치의 비용이죠. 근데 이렇게(직선)만 가려고 하면 시간도 아끼고 효율적이고 결과적으로도 훨씬 나을 수 있지만, 그 유혹을 뿌리쳐야 해요. 그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되면, 지지율도 다시 떨어지고 동력도 잃고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정치의 질'도 나빠질 거고 국민 삶의 질도 꼭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죠. 즉 사회적 비용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설사 지금 여론에서 점치는 결과대로 여대야소로 국면이 전환이 되더라도 대통령이 겸손해야 되고 경청해야 되고, 그리고 그 상황이면 이제 야당하고 직접 대화하는 데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이 좀 길긴 하지만 윤 대통령이 수습 과정을 거쳤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최고정치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러려면 설득도 해야 되고 또 필요하다면 양보도 해야 되고 그래야 합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지 않았느냐 반문할 것 같은데요.

"글쎄요.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됩니다.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들어야 되고요. 예를 들면 주변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곤란하죠.

-또다시 여소야대가 된다면, 어떤 국정운영이 필요한가요.

"또다시 여소야대가 되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겁니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들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려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로 잘 끌고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겠죠. 그런 경우도 역시 관료들이 추진하는 것처럼 효율과 성과만 갖고 되는 건 아니고요. 과정과 절차 역시 중요하다고 봐야 되기 때문에 정무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크게 하셔야 될 것 같아요."

-한동훈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데요, '총선 이후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4월10일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총선 결과의 종속변수가 될 것이지만 한 위원장의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잘 모르겠어요. 근데 한 위원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그랬잖아요, '인생이 꼬이게 됐다'고. 어찌 됐든 본인의 일은 본인만 아는 거예요, 선거 이후 자리가 어떻게 될지. 만약 선거에서 여당이 1당이 되면 한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가는 거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차기 유력한 주자로 보겠죠."

-그래서 원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 우회하는 케이스가 많아요. 오히려 거기(국회) 있으면서 이러저러한 시련을 겪으면 밖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이라든가 원희룡 후보 등이 대선 후보군이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다른 주자들이 또 추가가 되면 차기 군이 형성이 되겠죠. 경쟁적인 구도가 진행이 될 가능성이 있고요. 그런데 만약 선거에서 지면 암중모색을 좀 하긴 해야 되겠죠. 그래서 선거 결과가 한 위원장한테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 이기면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굉장히 주목받는 존재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한 위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오히려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 드렸듯이 이제 차기 관련된 경쟁이 본격화될 거예요. 원희룡 전 지사 같은 경우도 이기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근소한 차이로 지더라도 정치적 무게감은 급상승할 겁니다. 원 전 지사도 일단 그걸 노리고 나온 거고요. 그 외에 여러분들이 있을 테니까 그분들이 나와서 경쟁 구도로 끌고 나가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나쁠 거 없죠.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있든 없든 이 대표가 혼자서 끌고 나가면서 이러저러한 리스크 속에서 가야 하는 민주당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거죠. 지금 이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들 다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저게 당으로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겁니다."

-이번 총선은 가깝게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여부, 3년 후 대선, 좀 멀게는 한국정치에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요.

"선거 이후 한국정치 국면이 요동칠 수 있어서 지금 선거 전에 예측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이번 총선이 사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건 맞습니다.저는 일단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판단을 굉장히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도 많이 이야기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적 격변이 다 선거와 관련해서 일어났습니다. 가깝게는 87년 민주화라는 게 결국은 선거 제대로 하자는 거였잖아요.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 체육관 선거하지 말라'는 주장이었거든요. 1960년 4·19혁명도 부정선거에 항거한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 정치에서 선거와 관련해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국면을 바꾸는 선택들을 계속 해왔단 말이에요.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 떠난 건 1979년 10·26이지만 사실은 박정희 체제의 붕괴의 출발점은 그 전해인 1978년 12월에 국회의원 선거였어요."

-그때 정변의 싹이 생겼단 말씀인가요.

"선거가 단초가 됐습니다. 당시 신민당이 공화당보다ㅍ득표율에서 1.1%포인트 앞섰어요. 민심의 이반이 확인된 거죠. 그리고 난 다음에 그 이듬해 치러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중앙정보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당선이 된 것도 그렇고요. 그 이후에 YS체제의 저항적 활동도 그렇고, YH사건과 부마사태로 이어지게 된 것도 결국 선거로 인해서였어요. 그 무섭던 유신체제 붕괴도 선거 정치에서 시작이 되는 거잖아요."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이 정치를 바꾼다는 말씀이군요.

"총선 결과는 여대야소, 여소야대 두 가지 중 하나로 나타나겠지만, 각 정당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말 안 하고 지켜보는 많은 분들이 지난 4년의 국회를 보면서 나름대로 느끼고 판단하고 어떤 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생각들이 다 있을 겁니다. 그 집단지향점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표출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 선거의 역동성과 유권자 판단의 건강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향후 정치 전개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