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판치는 구글·메타는 손도 못대는데…네카오만 잡는 정부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4. 3. 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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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망사용료 안 내면서
가짜뉴스 자율기구 참여 안해
EU 디지털시장법 시동 걸었지만
韓, 美 눈치에 국내기업 반발직면
IT기업 “역차별 항목만 20개 달해”
공정위장 “역차별 없는 법 연내 제정”
미국 빅테크 애플리케이션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제동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전세계적으로 빅테크 불공정 행위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DMA를 계기로 유사한 법 도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만큼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규제 기준이 점차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빅테크 독과점 부작용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했다가 ‘전면 재검토’로 선회하면서 한국만 이러한 글로벌 공동 규제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는 그만큼 빅테크로선 한국에서 자유롭게 독과점 행위를 이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빅테크 부작용이 여러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짜뉴스 대응책이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전세계 각국은 가짜뉴스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빅테크는 이에대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가짜뉴스는 SNS를 타고 확산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운영하는 빅테크들은 ‘가짜뉴스 등 해당 콘텐츠에 대한 심의는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늦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그만큼 가짜뉴스 차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해 정보인 음란물로 마찬가지다. 틱톡, 유튜브 쇼츠 등 숏폼에선 짧은 영상 중간에 주요 부위 사진을 노출하는 신종 음란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플랫폼법 입법 등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자칫하면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빅테크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결국 한국 기업만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최근들어 무섭게 치고 오르고 있는 틱톡,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 기업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플랫폼법 입법은 국내외 기업 상관 없이 독과점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빅테크들은 한국에서 토종기업에 비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

통상 인터넷 기업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통신회사에 망사용료를 지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트래픽에서 회사별 비중은 구글이 8.6%로 가장 높고, 이어 넷플릭스 5.5%, 메타 4.3%, 네이버 1.7%, 카카오 1.1% 순이다. 국내 기업들은 인터넷 기업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은 “가입자가 통신 요금을 내는데 왜 우리가 또 내야하냐”면서 “이중과금이다”고 맞섰다. 넷플릭스는 일단락이 됐지만, 구글은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통신사에 접속료 명목 비용을 내고 있고 데이터 송출 서버에 투자해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자율기구에서도 벗어나 있다. 검색 시장 점유율 약 30% 대인 구글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입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서 성인 인증을 하면 불법 음란물이 난무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반면 네이버나 다음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물에 대해서도 필터링이 이뤄지는 등 규제 강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 징수 규정에 있어서도 국내 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무료·할인 프로모션 기간에 발생한 저작권료 포함한 총매출 기준으로 정산하는 반면, 해외 플랫폼은 운영 비용 등 제외한 순매출 기준으로 정산해 국내외 음원 플랫폼별 수익성 차이가 발생한다.

국내 IT 기업은 역차별 항목만 20건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플랫폼법 입법을 강력히 추진했다. 특히 EU 법안을 본 따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를 상대로 자사 우대를 금지하고 △자사 플랫폼 사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방해하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을 제한하는 내용을 준비했다. 플랫폼 기업이 멀티호밍과 최혜대우 요구를 통해 독점력을 유지하고, 자사 우대 조항과 끼워팔기 등을 통해 연관시장까지 독점화한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서 애매모호한 기준 논란도 풀어야할 과제다. 예를 들어 시장을 50% 이상 점유한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할 경우 네이버 카카오는 검색과 SNS 시장에서 각각 60% 90% 이상을 점유해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만, 쿠팡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5% 안팎으로 제외될 수 있다.

또 매출을 잣대로 하면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는 매출액이 2조원 안팎이라 빠질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급부상하는 중국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은 해당 사항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반발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은 “한국이 플랫폼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성급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CSIS 국제경제석좌 겸 선임자문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 플랫폼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중국 플랫폼에는 면죄부를 주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공정위는 플랫폼법 연내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그간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 독과점 남용해위를 엄정하게 제재해 왔다”며 “플랫폼 시장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 공정위가 제재하더라도 경쟁사가 퇴출되는 등 ‘사후약방문’식 뒷북제재가 되는 경우가 빈번해 플랫폼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스타트업, 소상공인, 소비자의 부담을 야기하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보다 신속·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며 “국내외 업계 및 이해관계자와 폭넓은 의견수렴 및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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