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역사 속으로…18년만에 개편
평화 지우고 차관급→局 단위로 격하, 4→3과 축소
인태전략전담과 신설, 대사 임명…전문·개방성 확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북핵 외교의 컨트롤타워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18년 만에 개편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본부 산하 북핵협상과와 북핵정책과는 통·폐합된다.
북한을 비롯한 안보 목적의 외교정보 수집·분석 및 공유와 활용·확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직제 개편도 추진한다. 단, 증원 없이 현행 규모는 유지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외교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 계획에는 ▲튼튼한 안보 외교 ▲다가가는 민생 외교 ▲경제·안보 융합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시대 외교 등 4대 핵심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외교부 조직 개편 및 인사 혁신 방안이 담겼다. 이는 지난달 발족한 장관 직속 '개혁 태스트포스(TF)'를 통해 이뤄졌다.
◇명칭 외교전략정보본부로…정보 수집·분석·활용 역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6자회담을 전담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외교전략정보본부'로 탈바꿈한다. '평화'와 '교섭'이란 상징적인 명칭을 달고 출범한 지 18년 만에 사실상 퇴장하는 셈이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3년 동안 유지되는 차관급 한시조직으로 등장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존속기간을 1년씩 연장했다가 북핵 문제의 중대성과 동북아 외교 비중 확대에 따라 5년 만인 2011년 정규 조직으로 전환됐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자회담 수석대표를 겸임하고 산하에 두 개의 국장급 기획단(북핵외교기획단·평화외교기획단) 보좌를 받아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이어지면서 6자회담은 유명무실화 된데다 국제 환경 및 한국 외교의 중심축이 한반도 문제에서 인도·태평양(인태)으로 옮겨가는 변화에 발맞춰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특히 북한 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재외공관 등에서 수집한 정보의 분석·활용을 통해 정세를 신속하게 판단하고 발빠르게 대처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외교부 측 설명이다.
외교전략정보본부 산하에는 외교전략기획관, 외교정보기획관, 한반도외교정책국, 국제안보국 등 4개 국(局)을 둔다.
외교전략기획관은 현재 양자외교를 관장하는 1차관실 산하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인 인태 전략의 이행을 총괄하고 있다. 이를 외교전략정보본부 산하로 옮겨 그 밑에 '인태 전략담당관'을 신설하고 인태전략대사를 정부 특별대표로 임명하겠다는 복안이다.
외교정보기획관은 현재 TF 형태로 외교 정보의 수집·분석을 담당하는 '외교정보단'을 상설화한 것으로,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과 유사한 역할을 맡는다. 지금까지는 재외공관을 통한 고급 정보가 분절 또는 사장되는 문제가 있어왔다.
한반도외교정책국은 기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업무를 이어받으며, 산하에 있던 북핵협상과와 북핵정책과는 통합해 '2국 4과(課)' 체제가 '1국 3과'로 축소한다. 현재 대북정책협력과와 평화체제과는 그대로 두되 명칭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
부 내 산재돼 있는 국제안보 업무는 국제안보국에서 총괄하게 된다. 2차관실 산하에 있는 국제안보대사의 명칭은 '국제사이버협력대사'로 변경해 사이버 업무를 보다 강화한다.
단, 정부조직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요해 개편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공석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인선 작업부터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건 전 본부장이 정치권으로 향하면서 현재는 북핵 차석대표인 북핵외교기획단장이 본부장 직무 대리를 맡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로 너무 늦지 않게 개편하는 게 목표"라면서 "조직 면에서 보기에 따라서는 약화됐다고 볼 수 있으나 더 많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직 개편이 이뤄지려면 유관부처와 협의를 해야 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것과 별개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후임 인선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작업하고 있다. 개편 이전에는 현직 그대로 인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외교 강화, 전담과 신설…외부 전문가 충원 확대
다자·경제외교를 관장하는 2차관실 산하 양자경제외교국 내 경제외교 전담 과(課)를 신설한다. 기존 유럽경제외교과·동아시아경제외교과·북미경제외교과와 함께 총 4개 과로 늘어나는 셈이다. 단,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어서 정원이 증가하진 않는다.
양자외교를 총괄하는 1차관실 밑 지역국 체제도 소폭 손본다.
에너지 자원 부국이자 신흥시장으로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되는 중앙아시아 5개국 업무를 동북아시아국으로 이관해 지역적 연계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효율화"라면서 "경제안보 외교가 전통적인 안보 영역 못지않게 중요해진 국제환경 속에서 이를 보다 중점적으로 다룰 과장급 조직을 신설하고 유럽국의 과중한 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지역적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역국 체제도 소폭 개편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무 단계에서는 경제와 안보 분야를 교차 경험한 융합형 인재를 융성한다.
참사관급 이상 고위직은 재외공관 근무기간 연장과 보직 경로 세분화 등을 통해 전문성을 더 키운다. 퇴직자의 경험·지식도 적극 활용한다.
전문성을 보유한 각계의 다양한 외부인력 충원도 확대한다. 외교관후보자의 경쟁시스템 도입 방안은 지난 1월 교육생부터 적용 중이다.
외교부는 업무 분장 등 세부 사항은 내부적 추가 토의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한 뒤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단, 정원은 늘리지 않고 기존 인력을 조정·재배치한다.
국민·기업을 직접 찾아가 정책을 설명하는 가칭 '캐러번(Caravan)'을 운영하는 등 대국민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을 외교 업무에도 접목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다룰 일이 더 많아진다고 해서 인력을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존 조직을 재정비해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투자한다는 원칙 하에 쇄신하는 것으로 기능이 축소·폐지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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