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때 미 대북정책 신속한 변화 가능성”

이제훈 기자 2024. 3. 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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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미주민주참여포럼 최광철 대표
최광철 미주 민주참여 포럼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미국 하원에 입법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1369)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측근인 공화당의 아나 루나 하원의원(플로리다)이 서명한 건 의미가 커요. 만약에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대북 정책에서 ‘신속한 변화’와 공화당의 지지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죠.”

최광철 ‘미주 민주참여 포럼’(Korean American Public Action Committee, KAPAC) 대표는 한겨레에 ‘한반도평화법안’ 서명 경과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영구 평화를 위한 청사진 작성, 미국-북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북미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하원 117회기(2021~2023년)에 처음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돼 118회기(2023~2025년) 들어 지난해 3·1절에 맞춰 다시 발의됐다. 두 차례 모두 사반세기 넘게 하원의원을 하고 있는 브레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발의했다. 미주 민주참여 포럼은 ‘재미 한인 사회의 정치력 향상’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개의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이 힘을 모아 두 가치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재미 한인 유권자 단체다.

최 대표는 한반도평화법안 입법 추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의회에서 북한 문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기본 인식이 네오콘적이에요. 북한은 대화보다 제재가 필요한 ‘불량국가’라는 인식이 광범하죠. 한반도평화법안은 그 공감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어요.”

추진 주체의 ‘부풀리기’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한반도평화법안의 추진사가 그 강력한 증거다. 출발은 법안과 달리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었다. 하원 116회기(2019~2021년) 때 ‘한국전쟁종전결의안’(HRES 152)에 52명의 의원이 서명했는데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117회기에서 ‘한반도평화법안’(H.R. 3446)에 의원 46명이 서명했다. 강경 우익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 의장을 지낸 앤디 빅스 의원(애리조나)이 유일한 공화당 소속이었다. 지난해 1월3일 시작된 118회기에서 새로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1369)엔 지금까지 1년 사이에 39명이 서명했다. 그 가운데 2명이 공화당 소속이다. 요컨대 한반도평화법안은 ‘결의안→법안’으로, ‘민주당→민주당+공화당’으로 구속력과 참여 범위 모두에서 강화·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한반도평화법안은 후손들의 삶이 걸린 초당파적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행정부, 전문가들 사이엔 대북 강경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얼마 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열렸는데 다수 증인이 ‘대북 제재 강화’를 주문하자 셔먼 의원이 이런 말을 해요. ‘나는 지난 26년간 북한을 제재만 했다. 그런데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반도평화법안에 담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친구가 아니라 적국과 하는 것이다.’” 애초 네오콘적 대북 인식을 지닌 셔먼 의원의 ‘적과도 대화해야 한다’는 이런 변화는 최 대표와의 만남·대화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2007년 최 대표를 포함해 11명으로 첫 발을 뗀 ‘미주 민주참여 포럼’이 거둔 성과다. 그 사이 11명은 1000여명으로 불었다. 2년 단위로 워싱턴에서 여는 ‘코리아 평화회의’(Korea Peace Forum)에 회원 300~400여명이 참여하고, 두자릿수의 미국 연방 의원이 참석해 축사 등 연설을 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미국은 Ask(요구·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들어주지 않아요. 심지어 장학금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안 줘요. 미국은 리더십을 중시하는데 먼저 소통하는 게 바로 리더십이라고 해요. 미국 의원들은 뭔가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제가 먼저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걸고 Ask하는 걸로 ‘명분’을 제공하는 거죠.” 최 대표의 말인데, 그 과정에서 숱하게 겪었을 설움과 어려움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 대표는 ‘트럼프의 귀환’ 대비를 포함해 한국이 미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국익을 철저히 중시해요. 적국으로서 전쟁을 한 영국·일본과 핵심 동맹 관계를, 베트남과는 특별한 관계를 맺는 걸 보세요. 더구나 트럼프는 모든 걸 자본주의 원리, 곧 돈의 논리로 판단해요. 미국과 군사훈련을 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요구를 떠올려보세요.” ‘가치외교, 가치동맹’을 지고지선인양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 들으라는 소리다.

최 대표는 이어 말했다. “가치로 말하자면 미국은 인권, 표현의 자유 등을 매우 중시해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한국에서 기자와 언론사 대표를 압수수색하고 소송을 거는 일이 잦아지자 미국 의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미국 의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정책과 관련한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최 대표는 오는 5월22~24일 워싱턴 디시에서 열릴 ‘2024 코리아 평화회의’를 준비하려고 2월25일 한국에 와 각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달 초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을 찾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최 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코리아 평화회의에 동영상 축사를 보내주시기로 했어요”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9일 미국으로 다시 떠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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