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기술 넘어갔을 수도”… 반도체 인재 ‘마이크론 이직’ 뒤늦은 제동 [뉴스투데이]
SK D램 전문가 퇴사 1년 만에 임원으로
3위 마이크론, 삼성·SK 제치고
최근 5세대 HBM 양산 들어가
“이미 기술 넘어갔을 수도” 우려
법원, 가처분 인용 “7월까지 전직 금지”
위반 땐 하루 1000만원 배상해야
2023년에도 中 유출 사례 잇단 적발
‘기술 침해’ 최대 18년刑 선고 추진

◆마이크론 간 하이닉스 직원 누구인가
7일 법조계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A씨)는 오는 7월26일까지 미국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또는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가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채무자의 지위, 업무를 담당하며 지득(知得)했을 것으로 보이는 채권자(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과 정보, 재직 기간, 관련 업계에서의 채권자의 선도적인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전직금지 약정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채권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를 채용한 마이크론은 현재 HBM 시장에서 선두인 SK하이닉스와 2위 삼성전자에 이어 3위 메모리 제조사다.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AI 사용에 필수적인 HBM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마이크론은 추격 속도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HBM 5세대인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앞지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관련 기술이나 노하우가 마이크론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격차는 더 좁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전직금지 약정이 5개월 정도 남았음에도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도 사태의 엄중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에서 결정까지 7개월이 지나 이미 기술이 전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2년의 약정이 지난 2024년 7월 이후에는 A씨가 마이크론에서 근무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 AI 확산으로 HBM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반도체 전 영역에서 각국, 각 기업이 각축을 벌이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핵심 인력을 빼가기 시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이탈과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전문 인력 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 인력으로 지정되면 기업은 전략기술 관련 비밀 유출방지, 해외 동종업종 이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보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월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에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시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이달 확정될 예정이다.
전자산업 인적개발위원회(ISC)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국들은 반도체 패권 전쟁의 핵심을 인재 확보로 여기며 전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재 양성 및 유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반도체 인력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추고, 핵심기술 분야의 퇴직 연구원은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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