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천위원 초유의 정원 초과…위법 아니라는 방심위
윤석열 대통령이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위원을 해촉하면서 보궐로 위촉한 이는 이정옥 위원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김 위원이 법원 결정으로 방심위에 복귀한 만큼 조속히 이 위원이 사퇴하거나 윤 대통령이 해촉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심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위원의 복귀로 방심위는 법률로 정한 대통령 추천 위원인 3명을 넘어 4명이나 되는 ‘위법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방심위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정부인사발령통지’를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야권 추천 김유진·옥시찬 위원의 해촉건의안을 재가한 뒤 닷새만에 김 위원 후임으로 이정옥 위원을, 옥 위원 후임으로 문재완 위원을 각각 위촉했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방심위는 각 보궐위원이 누구의 후임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은 방심위 회의에서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류희림 위원장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한 뒤 해촉됐으나, 지난달 27일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지위를 회복했다.
그동안 이 위원이 참여해 이뤄진 법정 제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누리집에 공개된 회의록과 의결서 등을 보면, 이 위원은 1월22일 위촉 이후 최근까지 세 차례의 전체회의와 6차례의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회의에 참여했다. 이와 별도로 통신소위 회의 12회, 광고소위 회의 5회 참석 기록도 있다. 특히 위촉 당일 참석한 전체회의에서는 외교부와 문화방송(MBC)의 정정보도 청구소송 1심 결과를 언급하며 보류 상태였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방송심의 재개를 앞장서서 제안한 바 있다. 그 결과 문화방송은 지난달 20일 방송소위에서 법정 제재(과징금 부과)를 받았다. 이날 문화방송 이외에도 3개 방송사가 법정 제재를, 5개 방송사가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 위원은 김 위원이 위원 자격을 회복한 뒤에도 계속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소위에서는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 두 건에 대해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이날 소위에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법정 제재 의결을 두고 자사에 유리한 입장만 전달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등에 대한 심의도 진행했는데, 이 위원은 여기에도 참여했다. 심의 결과는 ‘관계자 의견진술’이었다. 의견진술은 대개 중징계로 분류되는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다.
반면 김 위원은 이날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류 위원장이 옥시찬 위원의 집행정지 신청 결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김 위원의 회의 참여를 막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은 입장문에서 “이정옥, 문재완 두 분 중 한 분은 저의 해촉을 전제로 위원에 위촉되었다. 이분들이 참여하는 심의와 그에 따른 제재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때만 해도 김 위원은 자신의 후임이 이정옥·문재완 위원 중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의 법률 대리인인 정민영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정옥 위원이 김 위원 자리에 위촉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위원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위촉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의 복귀로 방심위에 대통령 추천 위원이 4명이나 되는 ‘위법 상태’가 빚어졌는데도 대통령실과 방심위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9명의 심의위원 중 대통령 몫을 3명으로 정한다. 방심위에 대통령 추천 위원이 4명이 된 건 초유의 일이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이날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대통령의 올해 1월 후임 심의위원 위촉 및 법원 결정에 따른 (김 위원의) 임시적 지위 모두 유효한 상태로, 이에 따라 현재 구성된 방심위 위원의 직무 활동은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별도 입장이 없다”며 “우리도 (그런 사태가 빚어진)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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