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9패’ 전략의 힘... ‘꽃 파는 유니클로’는 어떻게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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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1989년 12월 일본 닛케이평균은 3만8915엔이라는 고점을 찍었다. 이 거품 시대 고점은 다시는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34년이 흐른 현재 닛케이평균은 이를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곳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모델들이 새로운가. 우리가 벤치마킹할 것은 무엇인가.
먼저 ‘꽃을 파는’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가 보자. 2020년 6월 하라주쿠역 앞에는 ‘위드 하라주쿠’라는 건물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토 도요오(伊東豊雄)가 설계해 더욱 유명한 이 건물에서 몇몇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엿볼 수 있다. 압권은 ‘꽃을 파는 유니클로’다. 유니클로가 의류 매장임은 다 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꽃을 파는 것인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려면 유니클로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좋다.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1972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오고리 상사’에 입사한다. 이곳은 남성 신사복을 주로 다루는 곳이었는데,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요우후쿠노 아오야마(洋服の青山)’와 같은 대형 남성복 전문 체인들이 등장하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캐주얼 쪽으로 사업 방향을 돌린다. 그러곤 1984년 히로시마에 첫 유니클로 매장을 연다.
이 점포의 개점 시각은 새벽 6시였다. 왜 그랬을까. “오전 10시에 열면 젊은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 있겠죠. 그렇다면 그들이 등교하기 전에 매장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야나이 회장)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발상이다. 하지만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발상이기도 하다.
새로운 발상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상당수가 실패한다. 그래서 유니클로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고 한다. 수많은 경영 실험을 하다가 실패한 것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왜 유니클로는 망하지 않았을까. 실패를 빨리 깨닫고 신속히 궤도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는 야나이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1승 9패 유니클로’라는 책이 있을 정도다. 야나이 회장은 실패를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자랑거리로 여긴다. 실패하고 그것을 신속히 수습하고, 그러다가 한 건 터지면 대박이 난다는 신조다.
그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패할 거라면 빨리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제 성공 비결입니다.”
여러 실패 중 가장 흥미로운 실패는 야채 사업이다. 유니클로는 공급망 관리 역량이 탁월하다. 이 역량을 의류에서 식품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그는 2003년 5월 긴자 마쓰야 백화점의 지하 식품 매장에 ‘FR 푸드’ 1호점을 열었다. 이후 매장은 6곳으로 늘어났고, 인터넷 회원도 1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품질이 좋다 보니 가격이 비쌌다. 그 점이 유니클로와 달랐다. 유니클로는 고품질, 고기능 상품을 저렴하게 판다. 반면 식품은 고품질, 고기능 상품이었지만 비쌌다. 고급 식자재는 사람 손이 하나하나 가야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원재료 값을 내릴 수가 없었다.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각성 효과는 컸다. 의류에만 머물러 있던 회사에 다른 사업을 고민해 볼 틈이 생긴 것이다. 긴장감을 높이고 획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회사 내에서 고조됐다. 그래서 유니클로는 2020년부터 매장에서 꽃을 판매했다. 꽃도 야채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급속히 떨어진다. 유니클로의 공급망 관리 강점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실적이 좋은지 2022년에는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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