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봉쇄에 아이들 계속 굶어 죽는다… "2주 내 수천 명 사망"
이스라엘의 '구호 방해'에 기근 악화
남아공, ICJ에 "긴급 조치 취해 달라"
라마단 이전 휴전 성사 가능성 희박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7일(현지시간)로 딱 5개월을 맞게 되는 가운데, "향후 2주 안에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등 수천 명이 아사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 굶어 죽고 있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이 식량, 연료, 물, 의약품 등 생존에 필수적인 구호품의 반입까지 계속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근 위기는 날로 고조되고 있는데도 휴전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가자 북부 영유아 6명 중 1명, 급성 영양실조"
6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주부터 가자지구 전역에서 영양실조와 탈수로 인해 최소 18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5명은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아드완 병원에서 숨졌다. 생후 1일인 신생아부터 47일 된 영아, 15세 소년 등이 아사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은 전했다.
카말아드완 병원의 의사 아흐메드 알칼로트는 "현재 유아 6명이 영양실조로 치료받고 있다"며 "영양실조에 따른 사망자 수는 2주 전부터야 집계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사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BBC에 말했다. 특히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영유아 6명 중 1명(세계보건기구·WHO 추산)은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릴 정도다. 북부 지역은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남부보다 구호 손길이 닿기 더 힘든 탓에 기근 현상도 더더욱 심각하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한 의료 종사자는 "(구호품 지원이 부족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주 안에 아기 수천 명, 노인·임산부 수천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호품 전달 방해하는 이스라엘… "전쟁범죄"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의도적으로 굶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유엔 구호 활동 중 약 40%가 이스라엘에 의해 거부되거나 방해받았다고 6일 밝혔다. 전날에는 가자지구 북부로 2주 만에 들어가려던 구호 트럭 14대를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로막았다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비판했다.
요르단의 한 구호품 수송로에는 이스라엘의 반입 허가를 기다리는 구호 상자가 약 8마일(12.8㎞)에 걸쳐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구호단체 하셰미트의 마르완 알헤나위는 "이를 모두 전달하려면 트럭 1,000대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자 주민들의 절박한 처지를 알지만 아무것도 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일 평균 구호 트럭 진입 수는 150대도 안 된다.
이스라엘이 구호품 반입 통제에 나서는 명분은 '하마스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사유라는 게 현지 구호 활동가들 증언이다. CNN은 이스라엘의 '보복성 추가 제한'을 우려한 활동가들을 인용해 "지난달 14일에는 침낭 색깔이 군용과 같은 '녹색'이라는 이유로 반입이 거부됐다"고 전했다. 또 주요 영양 공급원 중 하나인 대추야자는 씨앗이 엑스레이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물체'로 간주돼 불허됐다. 마취제와 엑스레이 장비, 인공호흡기, 산소통 등 필수의료용품도 종종 반입 금지 목록에 오른다.
지난 1월 라파 국경검문소를 둘러본 크리스 밴 홀렌 미국 상원의원은 "상식의 세계에선 '군사적 위협'이 아닌 물품이 돌려보내졌다"며 "여러 구호품 중 하나만 거부당해도 구호 트럭 전체가 몇 주가 걸리는 통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했다"고 말했다. 홀렌 의원은 이달 초 상원에서 "교과서적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6일 "가자지구가 광범위한 기아에 직면했다"며 이스라엘에 추가 긴급 조치 명령을 내려 달라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재차 요구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봉쇄를 해제하지 않으면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즉각 휴전도 촉구했다.
그러나 휴전 회담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마스는 인질의 단계적 석방 후 '영구 휴전'을 요구한 반면,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10일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전에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도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례대표 조국혁신당 찍겠다" 15%...국회 의석 10석 이상도 가능[총선 여론조사] | 한국일보
- '오전엔 변기 뚫고, 점심 땐 초밥 배달'···제약 영업사원이 당한 의사 갑질 | 한국일보
- 김신영, 이틀 연속 라디오 불참…'전국노래자랑' 마지막 녹화 가능할까 | 한국일보
- '풀소유 논란' 혜민스님, 3년 만에 방송 복귀… "승려로서 기대에 부응 못해 참회" | 한국일보
- 차예련 "결혼 생각 없던 주상욱, 이별 고하고 잠수 탔다" ('편스토랑') | 한국일보
- '임시 감독' 황선홍의 선택은...'양날의 칼' 이강인? 'K리그 대표' 주민규? | 한국일보
- [단독] 고인물 회원 '텃세'가 법정 다툼으로... 올림픽수영장서 무슨 일이 | 한국일보
- 홍진호, 10세 연하 비연예인과 17일 결혼…사회는 황제성 | 한국일보
- 삼성 직원도, 고2 아빠도 "의사 도전!"... 의대 야간반 열띤 설명회 | 한국일보
- 두 번째 '파경설' 서인영, SNS서 의미심장한 문구 게시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