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전공의 1만명 자리 간호사가 메운다…"불법 의료 우려"(종합)

이훈철 기자 천선휴 기자 김규빈 기자 강승지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2024. 3. 7. 1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보 재정 1882억원 지원…간호사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허용
이탈 전공의 1만1219명…의료 공백 피해 400건 돌파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 지 8일째인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 정부가 7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 업무를 확대해 전공의들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또한 전날 1200억원대 예비비에 이어서 18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사실상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장기화에 대비한 응급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불법·저질 의료가 판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간호사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허용…의협 "불법·저질 의료 판칠 것 정부가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예비비 편성에 이어 이날 건강보험 재정 188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의료진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당장 응급환자 대응이 이뤄지도록 PA(진료 보조) 간호사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데, 그동안 불법 논란이 있었던 업무를 보다 명확히 하고 법적 보호까지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되지만 8일부터 심전도·초음파 검사, 단순 드레싱(일반·시술 상처·단순 욕창 등), 중심정맥관 관리(혈액채취),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응급 약물 투여 등이 허용된다.

대한간호협회 산하 병원간호사회 추산 PA 간호사는 5600명 이상이다. 전국 16개 국립대병원(본·분원 합) PA 간호사는 지난해 7월 말 기준 총 1259명으로 집계됐다. PA 간호사를 임상 전담간호사(CPN)라는 이름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병원에는 166명이 있다.

의사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의협 의대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마구잡이로 던지는 대책은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빠르게 몰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집단 사직이 장기화되고 있는 7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1동 6B 병동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해당 병실은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자 입원환자가 감소해 폐쇄했고, 병동 의료진들은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에 재배치했다. 2024.3.7/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이탈 전공의 1만1219명…의대 교수 보직 사퇴

정부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복귀는 묘연하다. 이탈 전공의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면허정지 대상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일 11시 기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225명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91.8%인 1만1219명이 계약 포기 및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기준 이탈 전공의 8983명보다 3242명 늘어난 규모다. 현장 점검을 통해 미복귀가 확인된 전공의 7034명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관련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정부는 추가로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있다.

전날 의대 증원을 신청한 대학을 중심으로 의대 교수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은 이날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라며 9명 학장단 전원 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사직한 전공의나 학생들에 대해 법적인 조치가 취해진다면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2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뉴스1과 인터뷰에서 "전공의가 첫 사직서를 제출한 게 2월 19일이다. 3월 18일이 지나가 버리면 진짜 사직이 되는 전공의가 많이 생기게 된다"며 "전국적으로 파국을 막으려면 오는 18일, 19일 전에 뭔가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1~12일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교수 단체가 쓸 수 있는 진짜 마지막 카드는 전국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인 것 같은데, 그게 제일 어리석은 방법"이라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좀 해보고 그다음에 국민들과 합의점이 좀 모아지면 정부에다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커지고 있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를 향해 의료진이 진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3.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료 공백 피해 400건 돌파

의료 공백 17일째인 이날 의료 현장에서는 피해 건수가 400건을 넘어섰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따르면 2월 19일~3월 6일 센터에 접수된 의료 피해 신고 건수는 총 408건으로 집계됐다. 수술 지연이 300건에 달했으며 진료 취소가 53건, 진료 거절도 38건 접수됐다. 입원 지연은 총 17건이다.

의료 피해 신고는 전공의 이탈 초반인 10여일 동안 343건이 집중된 뒤 이후 하루 20여건이 발생하고 있다. 4일 29건에 이어 5일과 6일에는 각각 16건, 20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의료 공백 초반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렸다가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환자들이 1·2차 병원으로 분산되면서 피해가 다소 안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boazh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