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겠다더라"…'사직' 전공의 만나본 의대 교수가 남긴 말

정심교 기자 2024. 3. 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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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이탈한 지 17일째를 맞고 있다.

조석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집단행동이라 간주해 전공의들을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건 불법 집단행동이 아니라 '탕핑'과 같다"며 "중국의 젊은 세대가 드러누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에 반항하듯 정부가 불법 파업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전공의들이 '사직'이라는 탕핑으로 대응하며 합법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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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이탈한 지 17일째를 맞고 있다. 과연 이들은 돌아올까? 전공의들을 지도해온 전·현직 의대 교수들은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사직서를 낸 것도, 돌아오지 않는 것도 전공의들이 '선배 의사들'의 말을 들은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실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석주(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의료대란'이라고들 부르지만 '의사 탕핑' 또는 '전공의 탕핑'이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탕핑은 최근 중국 MZ세대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중국 젊은 층이 공산당의 정치적·경제적 폭거에 저항하기 위해 근로도 소비도 피하고 최소한의 생계 활동만 유지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누워서 보내는 문화를 탕핑이라 가리킨다.

조석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집단행동이라 간주해 전공의들을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건 불법 집단행동이 아니라 '탕핑'과 같다"며 "중국의 젊은 세대가 드러누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에 반항하듯 정부가 불법 파업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전공의들이 '사직'이라는 탕핑으로 대응하며 합법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같은 탕핑 문화는 세계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문화현상의 일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 대부분은 의사면허 취소를 실제로 각오했고, 취소돼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전직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이자 현재 명예교수인 A씨는 "이번에 전공의들을 몇 명 만나서 이야기해봤더니 면허가 정지된 3개월 동안 실컷 여행 다니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출국 제한' 조치로 해외여행이 안 되면 국내라도 여행하겠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병무청은 지방청에 보낸 공문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 집단사직서 제출'과 관련해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무사관후보생(전공의)의 국외여행 허가 지침을 보다 세분화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라도 전공의가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하면서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단 허가를 보류하고 메모 등의 방식으로 본청에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가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하면 일단 보류하라는 병무청 지시에 대해 "병무청은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공문을 보냈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강력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자유롭고 유복하게 자라온 현재의 20대가 의대에 진학했고, 전공의가 됐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발언에 누가 의사를 계속하고 싶어 하겠는가"라며 "가업을 물려받거나 수능을 다시 봐서라도 의사를 최대한 빨리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심지어 이들을 범죄자로 모는 사회적 분위기에 '전국 교도소 산하에 병원이 차려지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며 "진짜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사직서를 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6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MZ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신인류인데 선배들이 나서서 이러쿵저러쿵한다고 따를 애들도 아니"라며 "우리(의협)가 후배를 교사하거나 방조했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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