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테크 DMA 전면 적용··· 기술 '규제 전쟁' 막 오르나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2024. 3. 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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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개·중국 1개 기업 대상 시행
위반시 글로벌 매출 20% 과징금
테크 경쟁 밀린 EU, 규제로 반격
[서울경제]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견제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현지 시간) 본격 시행됐다. DMA가 적용되는 6개 빅테크는 위반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독점력을 강화해가는 빅테크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기술 패권에서 뒤처진 유럽이 규제 압박에 나선 모양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소속 27개국에서 DMA를 시행하면서 대상 기업으로부터 규제 준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DMA 준수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면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과징금을 매길 방침이다.

DMA 대상 기업인 ‘게이트키퍼’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바이트댄스(틱톡) 등 총 6개사다.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은 EU 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500만 명,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8조 7600억 원), 연 매출 75억 유로(약 10조 8000억 원) 등이다. 이에 당초 삼성전자도 게이트키퍼 대상 기업으로 거론됐으나 최종 목록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규제 영역은 총 22개 서비스로 광범위하다. 운영체제(OS)인 윈도·iOS·안드로이드,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틱톡, 검색엔진 구글 등이 들어간다. iOS와 안드로이드는 앱스토어·구글스토어 외에 타 수단을 통한 앱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 외부 서비스 이용을 막을 수도 없다.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함부로 이전해 광고에 활용하거나, 자사 앱이나 서비스를 우대해도 안 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에서 얻은 정보를 검색엔진의 광고에 활용하거나, 앱스토어에 애플 앱을 우선적으로 노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위반 시 과징금은 연간 글로벌 매출의 10%에 달한다.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에는 20%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매출 3832억 달러(약 509조 원)인 애플의 경우 최대 766억 달러(약 101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DMA를 따르지 않겠다면 EU 내 사업을 중단하라는 경고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기업들은 DMA를 준수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수정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해킹 위험 등을 이유로 앱스토어 외의 앱 설치를 철저하게 막아왔던 애플조차 앱스토어를 개방했고 30%에 이르던 앱 결제 수수료도 EU 내에서는 13%까지 낮췄다. 하지만 DMA 규정이 세부 조항까지 담지 못하는 데다 EU가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입장인 만큼 조만간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DMA의 우회로를 뚫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례로 애플은 이날 에픽게임즈의 유럽 내 개발자 계정을 차단했다. 개발자 계정 없이는 앱 출시가 불가능하다. 에픽게임즈는 애플과의 ‘인앱결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어 애플이 우회적인 보복에 나섰다는 평가가 따른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EU DMA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이트키퍼 중 5개사는 미국, 1개사는 중국에 본사를 둬 유럽 기업이 전혀 없다는 사실도 논란을 키운다. 정보기술(IT) 경쟁에서 밀린 EU가 강력한 규제로 해외 빅테크를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영국·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DMA와 유사한 규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빅테크가 몰려 있는 미국과 외교·통상 마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애플은 이달 4일 EU 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8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작 미국 내 반독점법 소송은 정부 측이 끝없이 패소하고 있다”며 “자국 보호를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해외에서의 규제 압박에 강력한 반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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