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육원 동생에 꼬여 ‘강간범 신고’ 겁박…자립장애인 노려 등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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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을 나와 홀로서기 중인 지적장애인을 '미성년자 강간범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거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자립한 장애인처럼 의지할 곳 적은 사회적 약자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는데, 피해자가 '설계'에 걸려들도록 유도한 이는 그와 같은 보육원을 다녔던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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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을 나와 홀로서기 중인 지적장애인을 ‘미성년자 강간범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거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자립한 장애인처럼 의지할 곳 적은 사회적 약자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는데, 피해자가 ‘설계’에 걸려들도록 유도한 이는 그와 같은 보육원을 다녔던 동생이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A(20대)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3일 지적장애인 B(20대) 씨가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한 모텔에서 여성과 관계하도록 유도한 뒤 ‘그 여성은 10대다. 강간으로 신고하겠다’고 겁줘 합의금 지급 각서를 쓰게 하는 등 총 25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일당 중 주범 A 씨 등 4명은 또 다른 범죄가 덜미를 잡혀 구속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보육원에서 함께 지낸 동생에게 속아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혈육과 떨어진 채 보육시설에서 지냈다. 성인이 된 무렵에는 시설에서 나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모으는 등 자립 생활에 적응해 갔다. 그런 B 씨에게 어느 날 보육원에서 알고 지낸 동생 C(10대) 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C 군은 “아는 누나를 소개해 줄 테니 같이 술을 마시자”며 그를 불러냈다. 동생을 의심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던 B 씨는 사하구 하단동 한 식당으로 나가 C 군, D(여·10대) 양과 자리를 가졌다.
늦은 밤이 되자 C 군은 “모텔로 자리를 옮겨 2차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세 사람은 당일 밤 11시40분 근처 모텔로 이동해 방을 잡았다. 그런데 입실 직전 C 군이 “일이 있어 조금 있다 들어가겠다”며 갑자기 모텔을 떠났다. 결국 B 씨는 D 양과 둘만 방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B 씨는 D 양과 관계를 맺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B 씨는 그가 미성년자인지 몰랐다. 관계 뒤 D 양은 모텔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C 군 등 3명을 방으로 불렀다. 이들은 B 씨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미성년자 강간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B 씨는 일당이 시키는 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5000만 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썼다. 또 즉석에서 1960만 원을 인터넷으로 대출받아 일당에게 건네야 했다. 일당은 이 돈 중 인출이 가능한 최대액인 600만 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금액은 계좌로 부치게 했다. 며칠 뒤 일당은 재차 B 씨를 몰아붙여 약 550만 원을 추가로 갈취했다.
B 씨의 피해는 자칫 더 장기화할 우려가 컸다.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B 씨는 지적장애인인 동시에 자립준비청년으로, 혈육과 떨어져 살아 이 같은 범죄에 더욱 취약했다”며 “보육원 측이 B 씨 상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욱 컸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보육원으로부터 B 씨의 사례를 접수한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데이팅 앱 등에서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찾는 통상의 범죄와 달리, 이들은 협박이 쉬운 사회적 약자를 골라 타깃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은 A 씨를 중심으로 범행 대상 선정 담당, 각서 작성 담당, 성관계 담당 등 역할을 나눠 약자만을 골라 돈을 뜯어냈다. 서로를 가명으로 부르며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는 등 나름의 보안도 갖추고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이 같은 공갈 범행에 더욱 쉽게 겁먹는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일당은 약자를 노린 동종범죄 4~5건을 더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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