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아싸비야, 신뢰, 그리고 보험산업의 미래

박성호 기자 2024. 3. 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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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유럽이 암흑기를 보낼 때 지금의 아라비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슬람 문명이 번영을 구가한다.

생명보험업이 한 차원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명보험 구성원 모두가 연대와 상호 신뢰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 변화에 맞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험난한 과정에 있는 이때, 아사비야, 신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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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서울경제]

5세기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유럽이 암흑기를 보낼 때 지금의 아라비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슬람 문명이 번영을 구가한다. 14세기 후반 이슬람 역사학자 이븐 칼둔은 아랍권 문명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충고의 서’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그 서문인 ‘무깟디마(역사서설)’는 인류 최초로 역사를 학문으로 정립한 저작으로 꼽힌다. 여기서 칼둔은 여러 이슬람 왕조의 흥망 요인을 솔리대리티(Solidarity), 연대 의식으로 번역되는 ‘아사비야(Assabiah)’에서 찾았다. 구성원 간 아사비야가 강할 때 왕조가 융성했고 아사비야가 사그라들 때 쇠퇴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Trust)’에서 국가나 집단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불가결한 요인이라고 했다. 구성원 간 신뢰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며 사회적 자본의 하나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본 도쿄에 있는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스탠퍼드대 후쿠야마 교수팀과 함께 아시아 개도국 대상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정책 과정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후쿠야마 교수는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고난도의 게임이며, 따라서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패임을 강조했었다.

현재 생명보험 산업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위기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다. 저성장, 저출생·고령화, 고객 소비 행태 변화, 디지털 기술 진전 등이 마치 ‘쓰나미’처럼 산업 저변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업계는 산업 경쟁력을 재정의하고 혁신적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 서비스를 혁신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생명보험 정신으로 우리는 ‘상부상조’라는 사자성어를, 서양에서는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해(All for one, one for all)’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모두 보험이 공동체적 연대와 신뢰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생명보험의 정신이 훼손되는 듯한 사례가 나타나 안타깝다. 지능화되는 보험사기, 실손보험을 악용한 의료쇼핑 등은 혼자의 이익을 모두의 비용으로 전가시켜 보험제도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생명보험업이 한 차원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명보험 구성원 모두가 연대와 상호 신뢰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생명보험 산업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 기간 크고 작은 굴곡에도 기본 정신을 꿋꿋이 지키며 성장해 왔다. 환경 변화에 맞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험난한 과정에 있는 이때, 아사비야, 신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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