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외롭고 높고 쓸쓸한
삼성전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서 고전
경쟁사 협공 못잖게 발목잡는 정책도 부담
'한국의 자부심' 국민응원 지속되려면
과도한 시장 개입 말고 기업혁신 지원을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전투가 치열하다. 숙명의 라이벌인 애플과의 경쟁도 버겁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은 인해전술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제조사가 8곳이나 된다. 커다란 내수 시장을 배경으로 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중동과 중남미,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삼성’으로 불리는 트랜션은 지난해 4분기 중동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비보와 샤오미가 빠짝 다가섰다. 점유율 격차가 1~2%포인트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중남미에서 1위지만 모토로라와 샤오미, 트랜션에 협공당하면서 지난해 4분기 점유율 30%가 깨졌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4분기 애플에 역전당했다. 그나마 올 1월 동남아시아에서 20%의 점유율로 트랜션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은 건 위안거리다. 프리미엄폰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폰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 치이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결국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절치부심하며 반전을 노리는 삼성전자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이다.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가우스’를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 통·번역과 문서 요약 등의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도 관람객들은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AI폰 모멘트’를 통해 글로벌 1위 탈환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역시나 아너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도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다. 애플도 하반기 내놓는 ‘아이폰16’에 AI 기능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3~4% 늘어나 12억 대 가까이 팔릴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적이지만 AI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극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스마트폰은 D램과 초박형TV, 조선 등과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품목 중 하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여럿이었으나 지금은 삼성전자만 남았다. 품질뿐 아니라 브랜딩과 디자인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혁신을 이뤄낸 결과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폰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갤럭시폰을 쓰면서 삼성전자를 지지한다. ‘국뽕’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우리가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것은 갤럭시 스마트폰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자 한국인의 자부심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하고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에 큰 위협이다. 경제 안보를 앞세운 각국의 견제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국부를 창출하려면 지원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정부 정책들은 소비자 후생에 일부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으로 30만 원대 제품을 포함해 중저가폰을 국내에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갈수록 중저가폰 판매가 줄어들고 프리미엄폰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저가폰을 내놓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기업 스스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구성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일무이한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외롭고 쓸쓸하지만 삼성전자가 여러 난관을 뚫고 다시 세계 1위로 높이 날아올랐으면 한다. 오직 혁신만이 더 큰 비상을 가능케 할 것이다.
성행경 기자 sain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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