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막힌 과일수입···놔두자니 소비자 ‘시름’ 풀자니 농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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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사과 검역 협상을 신청한 것은 1992년이다.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이 더딘 데는 국내 사과 농가 보호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 관계 부처와 농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2일 본회의에서 "그동안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화를 위해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농축산물을 들여와 농가들에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안기고 있다"며 사과 수입 추진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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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에 평균 8년 사과는 32년째
농민 타격·검역주권 우려에 지연
재작년 감자 폭등 때도 대응 못해
"할당관세 등 적극 활용을" 지적도
일본이 한국에 사과 검역 협상을 신청한 것은 1992년이다. 현재 총 8단계의 검역 중 5단계까지 오는 데 30여 년이 걸린 것이다. 아직 수입 검역 요건의 초안 작성과 수입 금지 제외 기준 입안 예고, 기준 고시 및 발표 등이 더 남아 있다. 하지만 나머지 과정이 언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후지’라는 사과 품종으로도 이름난 일본 사과가 본격적으로 들어올 경우 국내 사과 농가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실상 허가할 생각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가 진행한 검역 평균 연수가 8년 1개월이다. 이미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셈이다.
한국에 사과 수출을 원하는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에 뒤이어 사과 검역을 신청한 나머지 국가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은 1단계인 ‘접수’에, 미국 등 3개국은 3단계인 ‘예비위험평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이 더딘 데는 국내 사과 농가 보호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 관계 부처와 농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외국산 사과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사과 가격이 떨어지고 국내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2일 본회의에서 “그동안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화를 위해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농축산물을 들여와 농가들에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안기고 있다”며 사과 수입 추진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농가 민심을 고려해서라도 수입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농정 당국은 △검역 해제 시 물리적인 시간 부족 △햇사과(7월) 출하 시 문제 해결 △검역주권·협상권 약화 △사과 농가 피해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검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역은 한쪽 국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국·수출국 양자가 같이 하는 것”이라며 “수출국의 자연이나 기후 환경도 수시로 변하는 만큼 그런 부분도 봐가면서 진행을 해야 해 속도를 빠르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당국은 소비자를 생각했을 때 수입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상재해 우려뿐 아니라 사과 재배 면적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서 9년 뒤인 2033년에는 사과 재배 면적이 올해보다 8.6% 감소한 3만 90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축구장 4000개에 달하는 규모다. 재배 면적 감소에 따라 사과 생산량은 올해 50만 2000톤에서 2033년 48만 5000톤 내외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과 공급을 국내에만 의존할 경우 사과 생산량 감소에 기상재해까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올해처럼 과일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현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과실 수입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2년 감자 가격이 150% 넘게 폭등했을 당시 정부는 감자 수입처를 다변화하려 했지만 검역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검역 부분은 미리 풀어두고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을 조절하면 된다는 조언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감자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똑같이 감자 검역 문제가 걸려 있어 수입이 어려웠다”며 “농민의 관점과 소비자의 관점을 조화시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세종=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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