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약물투여 … 간호사, 의사 대신 98개업무 가능해져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3.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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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간호사 사실상 합법화
전공의 공백 메우는 간호사들
진료지원 기준 명확하게 제시
정부, 비대면 진료 확대 이어
비의료인 문신시술 개방 추진
전문의 중증진료 지원금 신설

◆ 의사 파업 ◆

전공의 집단 사직이 1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7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병동 내 제한구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정부가 숙련된 간호사를 적극 활용해 대응하기로 했다. 의사들이 반대해온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를 사실상 허용해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법상 의사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을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미용시장의 개방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정부는 7일 일선 병원에 배포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통해 PA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의사 대신 할 수 있는 98가지 업무를 명확하게 했다.

이에 따르면 별도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간호사는 대리 수술(집도), 전신 또는 경막 외 마취, 엑스레이 검사, 요로전환술, 전문의약품 처방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무가 가능하다. 전담간호사는 조직, 뇌척수액 등 일부 검체 채취를 제외한 검사 업무를 상당수 수행할 수 있고, 기관 삽관·발관을 뺀 중환자 관리도 가능하다. 의사가 위임한 검사·약물을 처방하고, 진료 기록이나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 동의서 등의 초안도 작성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98개 외 행위에 대해 간호사 수행 가능 여부가 모호한 경우 의료기관이 행위별로 질의하면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업무 범위 검토위원회'를 운영해 신속하게 판단할 계획이다.

이번 지침으로 의사의 '진료 독점'이 사실상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법 제2조는 간호사 임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하고 있어 간호사는 그동안 의사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하면서도 법적·제도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당장 의사단체는 "불법 의료 행위 양성화"라고 비판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 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에 이어 PA간호사까지 인정한 정부는 최근 현행법상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던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게까지 개방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올해 11월 최종 연구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 관련 세부 규정과 위생·안전관리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번 연구용역 추진은 의대 정원 증원 결정과 무관하다"며 "국회에서 향후 이뤄질 법률 제·개정 논의에 대비해 문신 시술 관련 세부사항 연구를 통해 미리 준비하려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 압박용 카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정부는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 달간 19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1285억원 지출을 결정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대본에서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는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비상 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투입된 자금을 활용해 비상 진료 기간에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하고, 경증환자를 하급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인상한다. 경증환자 회송 보상은 기존 대비 30% 올리는 등 이미 한 차례 높였는데, 아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고려해 30∼50%로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응급상황에 대응하고자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를 진료할 때 줄 정책 지원금도 신설한다. 또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일반 병동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응급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보상도 높인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일단 1882억원을 다음주부터 한 달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며 "이후에도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같은 규모로 매달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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