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임상 차질·매출 뚝…제약사 울상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4. 3.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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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병원 가동률이 낮아져 의약품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임상시험에 투자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제약·바이오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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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건수 절반으로 감소
약품 발주량은 30% 줄어
임상 중단 사태도 발생
R&D 차질로 피해커질 것
학술대회·세미나도 연기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병원 가동률이 낮아져 의약품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학회, 세미나 등이 축소돼 제약·바이오업계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가 의대 증원 방침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첫째 주에 비해 50%가량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남대병원 등 일부 지방병원은 수술 건수가 평소의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병실 가동률은 30~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술 축소와 입원 감소로 관련 의약품과 용품 매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약업체와 병원·약국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의약품 유통업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환자가 줄자 병원이 재고관리를 위해 발주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원내 처방의 감소 속도가 빠르다"며 "최근 의약품 발주량이 평상시보다 20~30% 감소한 듯하다"고 밝혔다.

수술이 줄면서 마취제, 지혈제, 마약성 진통제, 수액, 수술용품 등을 취급하는 업체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접수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사례 343건 중 수술 지연이 2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술용품업체 관계자는 "발주량이 있으니 한두 달은 버텨도 그 이상은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에 영향을 덜 받은 중소병원이나 개인병원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릴 방도를 찾아야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되면서 고가의 항암제 등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공급되는 항암주사제의 경우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항암주사제는 수가가 비싼 품목이니 사태가 장기화하면 매출 타격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수와 전임의가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임상시험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비용의 50%, 신약 개발 기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임상시험에 투자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제약·바이오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임상연구가 중단된 곳들이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교수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임상시험 진행을 심의하는 연구윤리심의위원회조차 열지 못해 계획했던 임상시험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환자가 모집된 후에 약물을 투여하고 진행 과정을 확인하는 것을 간호사와 함께 전공의가 수행한다"며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진행 중인 임상이 지연되거나 새로운 임상을 시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서 연구개발(R&D)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약 개발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업체들의 막대한 손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술대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의약품을 소개하는 제약사의 영업활동도 위축될 전망이다. 학회 발표 등을 앞두고 있는 기업은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중요 임상 결과 등을 알려야 하는 경우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춘계 학술대회 시즌이 시작됐지만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대학병원 교수가 현장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며 연속적으로 당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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