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저커버그 방한이 남긴 과제

장용승 기자(sc20max@mk.co.kr) 2024. 3.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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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29일 한국을 다녀갔다.

약 10년 만에 방한한 저커버그 CEO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과 만나 인공지능(AI)·확장현실(XR)을 포함한 첨단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28일 메타 코리아 사무실에서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을 갖고 국내 AI·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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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유망 스타트업 개발자 회동
오픈AI도 본사로 14개社 초청
자사 생태계 끌어들이기 전략
토종AI 대안 없으면 종속 심화
경쟁력 강화 지원책 서둘러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29일 한국을 다녀갔다.

약 10년 만에 방한한 저커버그 CEO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과 만나 인공지능(AI)·확장현실(XR)을 포함한 첨단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회동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저커버그 CEO가 빼놓지 않은 것은 한국 대표 스타트업과의 만남이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28일 메타 코리아 사무실에서 '개발자 라운드테이블'을 갖고 국내 AI·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AI 개발사인 업스테이지, 프렌들리AI, 매스프레소와 함께 XR 개발사인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 스토익엔터테인먼트 등이 참여했다. 저커버그 CEO의 행보처럼 국내 대표 스타트업들과 접점을 넓히려는 것이 빅테크의 공통점이다. '미래 챔피언 기업'이 될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국내 스타트업 14곳을 미국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했다. 마리나체인, 클라이원트, 넥스트페이먼츠, 디케이메디인포, 하이로컬, 와들, 튜링, 라이너브레인, 위레이저, 런코리안인코리안, 에이슬립, 퓨리오사AI, 나인와트, 보스반도체 등이 선발된 스타트업이다. 오픈AI는 오는 14일 이들과 미팅데이를 갖는다.

국내 스타트업들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러한 회동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빅테크의 생태계 확장 가속화로 승자독식 구조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될성부른 기업'들이 이러한 생태계에 편입된다면 'AI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AI 기술은 이제 명실상부한 미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AI가 일자리,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 빅테크에 종속된다면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AI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AI 주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치열한 AI 주도권 경쟁에 대해 'AI 국가주의 시대(AI nationalism)'라고 진단했을 정도다.

최근 주목되는 것은 이렇다 할 게 없었던 유럽에서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오픈AI의 GPT-4에 가까운 성능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미스트랄 라지와 이를 바탕으로 만든 챗봇 르챗도 내놓았다. 이 회사가 부상할 수 있는 배경에는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천재"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으로선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오픈AI 초청을 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자 유치가 매우 중요한데 오픈AI 행사에 참여한다는 그 자체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큰 '스펙'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경쟁력 높은 토종 AI 대안이 있어야만 빅테크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한국은 토종 초거대 AI 개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한다. 빅테크의 거센 공세 속에서 토종 AI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기업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AI 국가주의 시대'라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 토종 AI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책을 서두를 때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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