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봄볕을 품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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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짬이 나면 회사 주변을 산책할 때가 있다.
회사 주변 정동길에는 학교가 몇 개 있는데,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가 학교 담장 밖까지 들린다.
겨울 내내 조용하던 운동장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부산스러워지면 벌써 개학을 하는 3월이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산책 나온 직장인들로 가득 찬 정동길을 뒤로하고 모퉁이를 돌면 덕수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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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짬이 나면 회사 주변을 산책할 때가 있다. 회사 주변 정동길에는 학교가 몇 개 있는데,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가 학교 담장 밖까지 들린다. 겨울 내내 조용하던 운동장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부산스러워지면 벌써 개학을 하는 3월이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산책 나온 직장인들로 가득 찬 정동길을 뒤로하고 모퉁이를 돌면 덕수궁이 나온다. 그 안으로 걸음을 계속하면 분주했던 돌담길 밖과는 또 다른 한적하고 너른 궁궐 안뜰이 펼쳐진다. 전각 사이 널찍한 정원에 볕 잘 드는 벤치를 찾아 잠시 쉬어간다. 땅 밑의 푸른 기운이 올라오고 새싹이 돋아나는 상상을 하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는 잠시 일상의 분주함에서 눈을 떼고 내 안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고민도, 앞날에 대한 걱정도 잠시 밀어두자. 눈을 감고 들숨에 따뜻한 향기를 한껏 마셨다가 아주 천천히 심장박동도 느려지는 느낌으로 숨을 내쉬어본다. 하루 종일 내 밖을 탐색하느라 바빴던 오감을 내 안으로 오롯이 돌려 나를 감싸는 온기를 느끼고 있자면 명치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이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햇볕 아래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힘이 나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햇볕은 공기를 맑게 정화시키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체온을 높여 몸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듯 햇볕에는 몸에 치료와 활력을 주는 에너지가 가득 들어 있다. 흐린 날보다 맑은 날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치와 함께 따뜻한 봄볕만으로도 평온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가만히 내 안으로 오감을 집중하는 과정은 명상과도 비슷하다. 최근 읽은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에 따르면 명상은 나쁜 생각과 충동성을 줄여주고, 긍정적인 마음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많은 뇌과학자들은 명상이 의욕을 높이고,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이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모두가 바쁘고 숨 가쁘게 살아내는 요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시간은 부족한데 해야 할 일도 많고, 모든 일이 언제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들 어느 정도는 조급하고 불안하다. 분주한 일상과 SNS 등으로 나를 잃지 말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선물해보자. 봄볕 아래 잠시 고민을 비워내고 충전하는 시간을 통해 '무슨 상황이든 견딜 수 있는 마음'과 '어떤 일이든 더 잘 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보자. 당장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지나 보내고 나면 분명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지금이 제일 좋은 때다. 따뜻할 때 따뜻함을 느끼고 환한 에너지로 내 안을 채워보자.
그렇게 나를 채우고 나면 또 다가오는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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