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추천 김용원, 인권위원장에 “버릇없이, 내가 법조선배다”
“내가 당신보다 법조경력으로 치면 몇 년 선배야. 그렇게 버릇없이 굴지 마세요.”(김용원 상임위원)
“아이구.”(송두환 위원장)
(김용원 위원에게)“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박진 사무총장)
“사무총장은 한 시간도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잖아요.”(김용원 상임위원)
“버릇없이 하지 맙시다.”(방청석의 직원 1)
“말씀 좀 삼가세요.”(방청석의 직원2)
(직원을 향해 노려보며)“누구예요?”
(직원이 손을 들며) “접니다.”
7일 오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오간 대화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상임위 개회 뒤 1시간30분가량 지난 시각, 본인이 발언하는 도중에 송두환 위원장이 “너무 길다. 요약해서 말해달라”고 제지하자 “법조경력으로 내가 선배다. 버릇없이 굴지 말라”고 송두환 위원장에게 두 차례 호통을 쳤다. 선배가 권위적으로 후배를 야단치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아무리 거친 언사가 나와도 방청석에서 침묵하던 인권위 직원들이 이례적으로 “버릇없이 하지 말라”, “말씀 좀 삼가달라”고 김용원 상임위원을 향해 항의할 정도였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인권위의 한 직원은 “막장 중의 막장이었다”고 평했다.
인권위 의사 결정을 하는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거리낌 없이 막말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김용원 위원이지만, 이날은 상식적인 선을 훨씬 넘어서는 듯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를 두둔하며 바로 옆자리에서 항의하는 박진 사무총장에게 “김용원 위원한테 말하면서 팔짱을 꼈다”고 호통쳤다.
지난 2월22일과 26일 열린 상임위와 전원위에서 송두환 위원장에게 “실형을 살아야 하는 범죄자” “악질적인 소리”라는 식으로 말했던 김 상임위원은 이날도 작정한 듯 회의 시작과 함께 “침해1소위 회의록과 관련해 송 위원장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발언을 이어갔다. 김 상임위원은 2023년 관서업무추진비 지출에 대한 진상조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송 위원장이 이에 응하지 않자, 비판의 강도를 높이다 법조경력을 들먹이며 위원장을 극도로 비하하는 발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송두환 위원장(1949년생)이 김용원 상임위원(1955년생)보다 나이가 6살 많고 서울 법대 입학도 먼저이지만, 사법고시 합격과 사법연수원 수료 시기는 김용원 상임위원이 2~3년 빠르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지금 법률가 모임 간담회 하는가. 상임위원이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자 김 상임위원은 “이해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상임위가 끝난 뒤 “인권위 공식 회의자리가 변호사 모임은 아니지 않나. 김용원 상임위원은 스스로 창피한 줄이나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의견은 서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차분히 의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이날 김용원 상임위원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울산본부 한국알콜 울산공장 55m 연소탑 고공농성 현장에 조사총괄과 조사관이 방문해 식수 및 방한용품 제공 판정을 내린 일에 대해 “경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은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위원장인 본인에게 일언반구 보고 없이 현장에 내려가 조처를 한 것은 상임위를 무력화시킨 행위”라며 “본인과 이충상 위원이 있으면 관철이 안 될까 봐 허겁지겁 현장에 찾아간 게 위원장 뜻이냐. 이건 불법적 업무수행”이라고 했다. 그는 또 “농성 노동자가 굴뚝에서 내려와 6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덧붙이며 농성이 불법행위임을 강조했다.
이충상 상임위원도 한국알콜의 고공농성에 대해 “사인과 사인 간의 인권침해다. 경찰이 언제 인권침해를 했냐. 경찰이 밥과 국과 물과 방화복을 제공하지 않으면 경찰이 인권 침해를 하는 거냐. 인권위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당 진정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울산본부 한국알콜지회가 지난 2월21일 인권위에 낸 ‘경찰의 고공농성 노동자에 대한 식수 및 방한 물품 등 반입 제한’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이다. 경찰이 식수 및 방한 물품을 막는다며 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조사관은 22~23일 현장으로 가 고공농성자 2명이 55m 상공의 굴뚝에서 제대로 식사와 식수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음식과 방한용품 물품을 제공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두환 위원장은 “인권위 관심사항은 농성자의 행위가 형사적으로 유무죄냐가 아니라 집회시위 과정의 인권문제다. 상임위원의 구체적 지시가 있어야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며 “긴급구제 신청이 들어오면 조사관은 현장에서 기초조사를 하고 쌍방 진술을 듣는다. 우리 위원회 업무방식에 관해 너무 이해를 못 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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