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법 개정·수출 기대 UP···K방산주 '날개'
이·팔 전쟁 등 지정학 위기 지속
LIG넥스원·풍산 등 52주 신고가
방산 ETF에도 수십억대 뭉칫돈
전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K방산주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세계 각국의 무기 수요 확대에 국내 기업들의 수주 기대가 커진 데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증액 관련 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겹호재를 맞은 영향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가격 대비 우수한 무기 제조 역량을 지닌 국내 방산 기업들의 주가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전날 대비 5.40%오른 17만 760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날 10.64%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LIG넥스원의 최근 한 달 주가 상승률만 56%가 넘는다. 특히 지난 6일 정인교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경북 구미 LIG넥스원 사업장을 방문해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방산 종목은 LIG넥스원뿐이 아니다. 구리 합금 제품 생산과 탄약을 판매하는 풍산(103140)의 주가도 이날 3.71%까지 치솟았다. 장중 한 때는 10% 넘게 오르며 단숨에 52주 신고가를 넘어섰다. 또 다른 방산 기업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등도 올 들어 이날까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산주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관련 종목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일의 방산 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의 순자산은 6일 하룻동안 81억 원 이상 늘어 790억 7900만 원으로 불었다. 전체 순자산의 10%가량이 단 하루 만에 늘어난 셈이다. 이 ETF의 올해 총 순자산 증가액이 191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42% 정도가 6일 유입량이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의 주가 상승 바탕에는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국가와 인접한 유럽·중동을 중심으로 군비 증강 경쟁이 이뤄지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도 방위 산업의 경우 무기 판매 이후에도 유지·보수·관리(MRO) 영역에서 매출을 내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규연 한화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한국산 무기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규격을 공유하는 미국·독일 등 경쟁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생산 능력 확장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과거 국내 방위 산업이 대북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 내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증액 관련 법 국회 통과가 국내 방산기업들의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는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종전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액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방위 수출 프로젝트에서 수출국인 한국이 수입국에 금융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커진 셈이다. 당장 폴란드에 20조 원가량의 2차 수출 물량을 보유한 현대로템이 이번 법 개정의 직접적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이 사실상 확정된 점도 국내 방산주에 우호적인 소식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한 선거 유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이 2%를 넘지 않는 국가를 채무불이행자로 규정하고 “나토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국내 방산 기업들은 2차 계약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기본 요건을 확보했다”며 “가격 대비 우수한 무기를 제조하고 철저한 납기 준수 등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방산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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