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학 총장에게 묻는다] "K-컬처 학부 신설 … 유학생 5000명 유치"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3.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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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봉 전북대 총장
신입생 줄어 대학 절반 위기
美처럼 유학생 비율 높여야
남원에 글로컬캠퍼스 설립
K-과학기술 등 학부 만들 것
산학 연계해 지역 정착 유도

◆ 글로컬 대학 총장에게 듣는다 ◆

"2028년까지 외국 유학생 5000명을 유치하겠다."

지난해 11월 1기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전북대의 양오봉 총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대학 운영을 자국 학생에 의존하는 때는 지났다"며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게 향후 한국 고등교육의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북대 학생은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약 2만5000명이고, 그중 외국인은 2000명가량 된다. 양 총장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재학생이 1만명 수준까지는 올라와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역 인재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2040년 초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50만명에 육박하는 대학 정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양 총장도 "현재 4년제·전문대학 300여 개 중 앞으로 200개는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소멸과 그에 따른 국가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유학생 비율이 높은 미국 대학 모델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대는 지난해 말 정부의 대학 혁신 지원사업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온라인 국제캠퍼스와 국내 캠퍼스를 활용해 다양한 학위·비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000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점 등을 내세운 게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남대 폐교 용지를 활용해 지역 재생과 유학생 유치라는 일석이조 효과도 노렸다.

수백억 원을 투입해 이 터에 '남원 글로컬캠퍼스'를 설립하고 'K-컬처학부' 'K-커머스학부' 'K-과학기술학부'를 만들 계획이다.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 수요자 맞춤형 한국어학당, 단기 방문 외국인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양 총장은 "한국의 실용음악·K팝을 공부하려는 외국 학생이 많다"며 "K-컬처학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 역으로 국내 학생들도 유입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산학 연계를 바탕으로 소재·금속 등 뿌리산업에 종사할 유학생 교육도 실시한다. 글로컬캠퍼스 'K-과학기술학부'에서 담당한다. 일손이 필요한 지역 기업에 우수 외국인 기능 인력을 공급해 산업 경쟁력 약화를 막고 지역 정주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양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 산업체 취업, 창업의 전진기지로서 글로컬캠퍼스가 역할을 하겠다"면서 "이들이 지역에 남아 생산하고 소비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대는 이를 위해 벤처기업협회 전북지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북 특화형 유학생 현장실습·인턴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지자체와 협력해 유학생 가족 기숙사 규모도 확대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유학생이 무분별하게 유입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글로컬대학 사업비로 장학금을 줘서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양 총장은 "(유치하는 유학생) 5000명 모두에게 학비를 받는다"며 "외국 학생이든 한국 학생이든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등록금을 받더라도 중국·태국·모로코·키르기스스탄·프랑스 등에서 유학생들이 충분히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의 대학 수업료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교육의 질을 고려했을 때 한국 고등교육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처럼 대한민국도 다문화사회로 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이 앞장서겠다는 게 양 총장의 포부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유학생들이 코리아나이즈(한국인화)하는 것"이라면서 "학생을 꾸준히 지켜보며 우리나라에 필요한 인재인지 파악하고, 그렇다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전북대가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글로컬대학협의회' 초대 회장에도 선임된 양 총장은 글로컬대학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할 계획이다. 양 총장은 "대학과 지역이 동반성장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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