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게 최선입니까? ‘콜럼버스의 달걀’ 선언이 무색한 ‘제3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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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9일 새로운미래와 합당할 당시 던졌던 말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콜럼버스의 달걀을 외치며 제3지대에 새 정당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3당이 단순한 정치 실험으로 끝나는 또 다른 거품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기존의 양당과는 다른 진정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제3지대가 진정 '콜럼버스의 달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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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콜럼버스 달걀이라 얘기하는데 그런 자세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9일 새로운미래와 합당할 당시 던졌던 말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란 오랫동안 그렇다고 믿어 왔던 관념을 과감하게 깨는 행동을 말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콜럼버스의 달걀을 외치며 제3지대에 새 정당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 정치를 외치는 이들이 정책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반목을 거듭하며 한국 정치의 구태의연한 문법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지난달 초 전직 양당 대표들 간 연대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 가능성을 보이며 관심을 모았지만, 출범 열흘 만에 통합이 결렬됐다. 주도권 싸움 끝에 이낙연 대표계가 다시 떨어져나간 것이다. 이들은 애초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겠다며 제3의 대안 통합정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야 못지않게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었고 근간 내세웠던 미래지향적 가치 추구란 대의는 퇴색했다.
사실 이념과 가치가 다른 세력이 설을 앞두고 급조로 합친 때부터 쪼개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중도보수와 중도진보가 결합한다는 ‘중도층 결집’이란 구호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이들을 공동으로 묶은 건 거대 양당에 대한 반감 외에는 별게 없었다. 이런 통합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합류 문제나 선거정책 지휘권 문제를 두고 한계를 노출했다. 서로의 다름을 대화로 극복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조화를 이뤄내는 새 정치의 모습은 없었다.
제3지대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조국혁신당 역시 마찬가지다. 조국 대표는 당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대표가 돼 ‘3년은 너무 길다’를 정당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5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데 힘을 합치자고 뜻을 모았다. 민생은 온데간데 없고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정당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또 조 대표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 2심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국회 입성을 노리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한국 정치사를 보면 그동안 많은 제3당이 출현했지만 모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성공적이라 불릴만한 제3당은 세 번 존재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4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통일국민당과 15대 총선에서 고 김종필 전 총재가 이끈 자유민주연합(자민련),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및 호남계 의원들이 창당한 국민의당이다.
이들은 모두 콜럼버스의 달걀을 꿈꾸며 등장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졌다. 거대 양당 체제를 뒤집을 만큼 국민이 감동할 만한 새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4·10 총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 기존의 양당 체제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열망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같은 구태의연한 구호와 수사로는 국민의 열망을 충족할 수 없다. 제3당이 단순한 정치 실험으로 끝나는 또 다른 거품 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기존의 양당과는 다른 진정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제3지대가 진정 ‘콜럼버스의 달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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