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무쇠로 빚은 새의 비상 … 절제미 날았다

조각가 이영학 개인전
24일까지 서울옥션

'새 2402'

앙상한 뼈대만 남은 새 조각이 시(詩)처럼 담백하다. 호미, 낫, 연탄집게 등을 재료로 조각을 만들면서도 특유의 절제미로 콩스탕탱 브랑쿠시를 연상시키는 조각가 이영학의 조형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 '고요의 정원'이 열린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고요의 정원' 전시는 약 10년 만에 열리는 이영학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19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는 다양한 조각 작품과 아카이브까지 총 2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전시에서는 '물확' '새' '인물상' 등 시리즈 작품을 통해 최소한의 조형 언어로 가장 한국적인 조각을 만들어온 작가의 작품 활동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물확'은 과거 주춧돌이나 바닥돌로 쓰이다 버려진 돌덩이를 각지에서 찾아낸 뒤 그 속을 작가 의도대로 파내 쓰임을 더한 작품이다. 작가는 여기에 맑은 물과 이끼, 풀 등을 더해 쓰임이 다한 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차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오래된 무쇠 도구와 연장으로 아름답게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탄생시킨 '새' 연작 또한 특유의 절제미와 함축적인 표현을 잘 보여주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소녀상, 화강석상, 두상 등 다양한 '인물상'도 출품된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 화가 장욱진, 중광 스님 등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두상 작업은 투박하게 거친 손맛의 터치와 세밀한 인물의 감정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