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포시 공무원' 각계 추모물결 이어져
매일 2~3건 긴급 도로보수, 새벽 도로보수 마치기 일쑤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공무원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김포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숨진 공무원 A씨를 추모하는 시민과 공무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과 동료 공무원들은 한 목소리로 A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온라인상의 좌표 찍기식 신상털기 행위에 울분을 터트렸다.
시민 B씨는 “공무원이 직무는 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를 시민이 죽인 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 신상까지 공개하며 무차별적으로 혐오성 글을 올리는 행위는 결국 살인행위가 됐다”면서 “해당 카페의 폐쇄는 물론, 사법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료 공무원 C씨는 “시청 전체가 침울한 상황이다. 어느 공무원이 시민을 불편하게 하려고 일하겠냐. 사무실 궂은 일은 앞장서 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말했다.
추모공간 옆에 세워진 조화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자조섞인 글들로 애도를 표해 추모장을 더욱 숙연케 했다. ‘같은 처지의 공무원’, ‘어느 지방직 공무원’, ‘민원없는 평안한 곳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의원면직한 전 공무원’ ‘창원 공노비’ 등의 글로 추모자 이름을 대신했다.
‘가해자 처벌 촉구’ ‘악성민원 뿌리뽑자’ 등 처벌을 촉구하는 글도 이어졌다.
타 지역 공무원들도 추모에 참여했다. ‘경남의 어느 경찰관’, ‘당신의 동료 인천 오 아무개’, ‘안양시 아무개 주무관’, ‘어느 지방직 공무원’ ‘익명의 수원시 공무원’ 등으로 표시된 이름의 공무원들이었다.
정치권도 A씨의 추모에 동참하며 신상털기식 악성민원 중단을 촉구했다.
의사일정이 진행 중인 김포시의원들도 이날 오전 모든 의원들이 함께 추모에 참여했다.
김인수 의장은 “최선을 다해 일한 김포시 공직자의 안타까운소식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시의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홍철호 예비후보는 자신의 SNS 계정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오늘 우리는 애꿎은 젊은 공직자의 죽음을 목도하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동생이거나 형, 오빠였을 꽃다운 생명을 보내면서 무엇을 다짐하고 새겨야 할까요.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서 벌이는 음험하고 추악한 행위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주영 예비후보도 김포시청 추모공간에 참여한 뒤, SNS 계정에 “당신의 헌신을 기억하겠다. 유가족분들께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근심없는 세상에서 영면할 것”을 기원했다.
대한민국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도 나섰다. 공노총은 악성민원 대책과 인력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8일 오전 김포시청 현관에서 연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노청은 ‘공무원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악성 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을 요구했다.
공노총은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청 주무관을 비롯해 악성 민원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공무원 노동자를 향한 악성 민원이 점차 고도화‧지능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 노동자를 보호할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노총은 이에 “지난 해에 이어 다시금 정부에 악성 민원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공무원 노동자들이 무분별한 악성 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소속, 이름, 연락처 등 주요 개인정보와 관련한 보호 대책 마련과 인력 부족으로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현장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인력확충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A씨가 소속된 도로관리과 등 현장부서 인력증원 등 조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가 속한 도로보수팀은 팀장을 포함해 6명이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 4명이 김포 전역의 도로긴급보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매일 3~4건의 제보와 도로순찰에서 발견되는 포트홀 등 파손된 도로를 매일 2~3곳씩 보수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도로는 주간에 보수를 하지만, 이번 A씨 사건이 발생한 한강로와 같이 차량통행이 많은 곳은 오후 10시 이후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차량통행이 많은 곳은 새벽까지 작업이 이뤄지기 일쑤다.
민원에 시달리다 신상정보까지 털린 뒤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지난달 29일도 오전 1시까지 현장을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을 다니다 해외출장이 많아 부모와 함께하기 위해 공직에 들어온 A씨는 지난 2022년 9월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었다. 1년6개월 동안 줄곧 도로보수팀에서 근무하면서 격무와 잣은 민원에 시달려왔다.
그런데도 A씨는 모든 업무에 솔선했고 A씨가 아니면 팀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책임감도 컸다고 동료들은 기억한다.
한 공무원은 “도로보수팀은 아마도 이대로 가다가는 해체될 것이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김포시 전역을 4명이 도로보수를 담당한다는 게 상상이나 가느냐”며 탐식을 금치 못했다.
한편 A씨를 숨지게 한 해당 카페는 메인 화면에 ‘주무관의 명복을 빕니다’는 이미지를 띄우고 “김포시, 악성 댓글로 극단적 선택 공무원 애도기간 갖는다”고 게시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공무원 신상 퍼나른 X, 신상털렸다던데”, “악성 민원으로 서이초교사 세상 등진 사건이 얼마 안됐는데”, “추모기간 계시판 닫는게 어떨까” 등 문제의 회원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는 자문변호사와 함께 A씨 신상정보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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