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적 사형집행 도입’ 가능할까?… 공약에 논란 재점화

이강진 2024. 3.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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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후보 “‘엽기살인마 인권 존중’ 지적 나와
당선 시 ‘사형집행 정상화법’ 입법 추진하겠다”
한동훈 위원장 “진지하고 과감한 논의” 언급도
당 일각 “우리나라 사형집행 자체 불가능해”
시민사회 “사형집행 시도 아무런 도움 안 돼”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 가운데 ‘의무적 사형집행제 도입’을 내세운 사례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중단된 데 대해 “정부와 정치권,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고 과감한 논의를 해볼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사형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홍철호 “사형집행 이뤄지지 않는 동안 국민 불안 가중” 주장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홍철호 후보(경기 김포을)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 시 제22대 국회에서 사형집행 정상화 논의를 통해 ‘의무적 사형집행제’가 도입되도록 입법 활동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형사소송법 제465조 제1항은 ‘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홍 후보는 해당 규정이 관례처럼 ‘임의적인 훈시 규정’으로 해석되며 1997년 마지막 사형집행이 이뤄진 후 확정판결을 받은 사형수 59명에 대한 집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형벌의 위하력(범죄 억제력)이 감소하고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기간 동안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등 국민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 홍 후보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홍 후보는 의무적 사형집행제 도입과 동시에 입법적 대안도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형집행의 명령 없이 6개월이 지나서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시 법무부 장관이 6개월마다 그 사유를 의무적으로 공고하도록 하는 등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어느 누구가 소중한 가족이 살인 피해자가 됐을 경우 사형을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는 내 가족만 피해자가 됐을 때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이런 큰 모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엽기살인마의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자와 그 유족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냐’는 국민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 총선을 앞두고 사형제 이슈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 발표 자리에서 관련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분과 반대하는 분이 다 있을 것”이라면서 “저는 법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형장을 정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에서 소위 말해서 깽판 치던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형제, 범죄억지력 없어…정부 범죄 예방 대책 점검이 시급”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형집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죄심리학자이자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도) 아마 우리나라가 사형을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보수 일부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걸 굉장히 환호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한 위원장이 그대로 (법무부) 장관직을 유지했으면 이렇게 발언을 안 했을 텐데, 아마 보수에 호응하는 분들 때문에라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아예 사형제를 폐지해 참혹한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는 지난해 10월 ‘제21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범죄 예방 대책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심리적, 물질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범죄억지력이 없다는 것이 일관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사형집행을 시도하거나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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