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는 ‘의대 증원’... 의대교수, 소제기 자격 있는지가 쟁점
행정소송 ‘각하’로 예측하는 법조인 많아
과거 대법원 판례서 ‘원고적격’ 확대하기도
협의회 측 “의대 교수도 법률상 이익있어”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정부를 상대로 의과대학 증원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는 의대 교수들이 행정소송 원고 자격이 없어 각하될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원고 적격을 확대한 판례가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오는 14일 오후 3시 30분 의대 교수 33명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한다.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취소소송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지만 변론기일이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 5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협의회)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협의회는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를 근거로 의대 정원 결정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등교육법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변경할 수 있다.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이러한 예외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법률적 쟁점을 다투기 앞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주체의 원고로서의 적격성이 인정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의대 증원이 교수들의 법률상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의대 교수들의 원고 적격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교수들이 처분받은 직접 상대방이 아닌 데다 의대 증원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판단 받을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의대 증원 발표도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재현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구체적 처분성을 갖추지 못한 ‘준비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처분성도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협의회 측 판단은 다르다. 환경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적격 범위를 확장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의대 교수들도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는’ 주체로 보고 있다. 협의회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새만금 간척사업 사건을 사례로 제시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과정에서 내려진 행정처분에 반발에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금처럼 원고적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과거 대법원은 특정 사업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될 요인들을 분석하는 ‘환경영향 평가대상’을 진행할 때, 평가대상 지역 내에 거주하는지를 기준으로 원고적격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6년 환경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평가대상 지역 밖 주민’도 원고적격을 인정했다. 원고적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의대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 양성이라는 목적 아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 의대 교수는 의학교육을 할 수 있는 요건들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로 비춰보면 의대 교수들도 법률로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입학증원에 직접 영향을 받는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가 법으로부터 권리 보호를 받는 대상인 만큼 원고적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이 확장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체로 환경 소송 판결 국한돼 있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 측은 다가오는 심문에서 고등교육법 위반에 관해 주장할 예정이다. 협의회 측은 “고등교육법령은 정부의 헌법 파괴 행위나 국가폭력까지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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