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女 영화감독, 인디에 머물고 시장에는 못 나온다"

전아름 기자 2024. 3.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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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남자감독 139명인데 여자감독은 35명... 독립영화 여성감독 늘었지만 상업영화 진출 막혀있어"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지난해 개봉한 국내 영화감독의 성별을 따져봤더니 남자감독 139명, 여자감독은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주연을 맡고,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서사에 대한 관심도 지난 3~4년에 비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OTT시장도 마찬가지. 7편의 OTT 시리즈는 모두 감독이 남자였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동현, 이하 영진위)가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맞아 '2023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영진위는 2017년부터 한국 영화 산업 내의 성(性) 평등 현황을 확인하고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성 인지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 밖 창작 인력에 대한 통계 분석과 스크린 안 캐릭터 분석을 통해 성별뿐 아니라 성 정체성, 인종, 국적 등 다양성 재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183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49명(22.8%), 제작자는 77명(24.8%), 프로듀서는 71명(31%), 주연은 81명(40.7%), 각본가는 67명(30.7%), 촬영 감독은 18명(8.1%)로, 전년 대비 감독, 제작자, 각본가가 증가하고 프로듀서, 주연, 촬영 감독이 감소했다.

2023년 흥행 순위 30위권 안에 든 한국영화 중 유일한 여성감독의 영화, 임순례 감독의 '교섭' ⓒ네이버영화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만을 살펴보면, 여성 감독 1명(2.7%), 여성 제작자는 22명(23.9%), 여성 프로듀서는 13명(23.6%), 여성 주연은 9명(25.7%), 여성 각본가는 12명(21.8%)으로 전년 대비  제작자, 프로듀서, 주연이 증가하고 감독, 각본가 수가 감소했으며, 촬영 감독은 0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한편 지난해 공개된 OTT 오리지널 영화 7편 중 여성 감독과 촬영 감독은 0명, 제작자는 4명(50%), 여성 프로듀서는 3명(37.5%), 여성 주연은 5명(83.3%), 여성 각본가는 1명(16.7%)으로, 전년 대비 여성 감독과 각본가 수가 감소한 반면 주연은 크게 늘었다.

영진위는 "순제 30억 이상 상업영화 이외 저예산 및 독립·예술영화에서 늘어난 여성 감독의 참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통상적인 감독의 경력 발전 단계를 생각해볼 때,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로의 진출이 가로막힌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비중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하게 10% 선을 유지해왔으나 2022년 8.1%로 하락한 이후 올해 2.7%라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10%대를 기록할 시기에도 빈도를 살펴보면 2019년 5명, 2020년 4명, 2021년 2명이라는 저조한 수치이기는 했으나 2023년 35편 가운데 단 1명의 여성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결과는 상당한 충격과 아쉬움을 남긴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7~2019년)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모든 직종의 성비 불균형이 완화됐으나,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 영화에선 특히 감독, 프로듀서의 빈도와 비율이 줄고 촬영감독은 0명에 그치는 등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졌던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고예산-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가 주요 흥행작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 간 독립‧예술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에 비해, 고예산‧상업 영화에 참여하는 인력의 성비 불균형은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영진위는 지적했다.

◇ 흥행 영화 속 여성 캐릭터, 양적으로 증가했으나 성별 고정관념 벗어나지 못해

스크린 안에서 재현되는 성 인지 캐릭터 분석을 위한 벡델테스트 및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결과, 흥행 30위 작품 중 벡델테스트 통과 작품은 증가했고,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 해당되는 작품 편수 또한 증가했다.

백델테스트란 1985년 미국의 여성만화가 엘리슨 백델이 고안한 성평등 테스트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등장할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내용이 있을 것의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파악하는 7개 항목에 대한 테스트로 1~4항목은 주·조연 인물을 대상으로 하며, 6~7항목은 엑스트라를 대상으로 한다. 하나의 항목이라도 해당된다면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다양성 테스트란 성적 소수자, 장애인, 다양한 인종·종족·국가'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대상으로 '등장 여부, 주인공 여부, 정형화나 편견에 도전하는지 여부'를 질문하고 각 항목에 차별을 두어 가점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영진위는 "여성 캐릭터들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서사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에서 다양성 테스트결과 수치는 2022년과 비슷했지만, 지난 5년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 "2016년 이후 한국 영화 창작 인력과 서사의 성별 불균형은 다소 개선되는 듯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퇴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계 전반적인 투자가 축소되고 제작이 위축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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