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尹 "생명 볼모 집단행동 엄단" 초강경 기조…장기전 양상(종합)

황지향, 이윤경 2024. 3. 7.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의료공백에 예비비·건보 재정 등 투입
전공의에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확산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1만1219명으로 집계됐다.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사단체를 엄정 대응하는 한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 등 무려 316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일부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황지향·이윤경 기자]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단호한 메시지에 따라 전공의와 의사단체를 엄정 대응하는 한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 등 무려 316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복귀는 요원한 상태에서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전으로 가는 양상이다.

◆ 비상진료체계에 3167억원 투입…PA 간호사 적극 활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공의 상대 법적조치를 진행하면서 의료현장 비상 상황에 대응한 재원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장기전 준비에 돌입했다.

복지부는 지난 5일부터 현장점검 실시 결과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된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차례대로 등기우편을 이용해 발송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비상진료체계에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에는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1254억원, 국가보훈부 31억원 등 총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 전임의, 의대 교수 등 의사 집단 이탈에 대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예비비를 병원의 전공의 대체인력 인건비 등에 주로 쓸 예정이다. 야간·휴일 비상당직 인건비, 공보의·군의관 파견 지원, 병원 추가 인력채용 비용, 중증도에 맞춘 병원 간 이송 및 구급차 이용료 등에 사용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 환자 입원 사후 보상 강화, 중환자실 환자 진료 전문의 정책지원금, 응급실 전문의 및 응급의료행위 보상 강화 등에 투입된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은 "복지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역량을 모아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비상진료체계를 빈틈 없이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해 전공의들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복지부는 이날 불법인 간호사들의 PA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의 보완지침을 공개했다. 당장 오는 8일부터 심전도·초음파검사, 코로나19 검사,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 또는 약물 투여가 가능해진다. 의사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검사·약물 처방, 진단서·전원의뢰서·수술기록 초안도 작성할 수 있다.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전 통제관은 "향후 복지부 내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질의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는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해외 의대 졸업생의 국내 유입 확대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는 "국가고시 시험 수준을 낮추거나 시험을 보지 않고도 국내 의사면허증을 주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불공정 시비를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해외 의대 졸업생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해 전공의들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방침도 세웠다고 7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불법인 간호사들의 PA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의 보완지침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전공의 10명 중 9명 이탈…교수들 사직 러시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의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은 전날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연준 의대 학장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과 수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교육자이자 어른으로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의대 정원 신청 과정에서 교수, 학생, 전공의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와 대학본부의 일방적 진행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상국립대 의대 보직교수 12명 또한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행정 보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의미의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향후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성명도 잇따랐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성명을 내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원광대 교수 5명은 지난 5일 보직을 사임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지난 4일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열린 김 병원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정부에 현 상황을 강력히 얘기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강경파로 알려진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2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 향후 움직임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1만121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 1만2225명의 91.8%에 달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날 기준 누적 542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8개교에서 14명, 6일 8개교에서 13명 등 27명이 추가로 휴학을 신청했다.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전체 1만8793명의 28.9% 수준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달부터 정당한 절차 등을 지키지 않은 휴학은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다.

hyang@tf.co.kr

bsom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