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커뮤니티서 복귀 전공의 ‘색출’…경찰청 “엄정 대응”

사직서 안 내거나 병원 복귀한 의사들 ‘리스트’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지난 6일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모습. 연합뉴스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고 의료 현장에 남거나 복귀한 전공의를 색출하는 일종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글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자, 경찰이 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구속 수사까지도 벌일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다.

경찰청은 7일 ‘정상적인 의료활동 보호를 위한 경찰청 입장’을 내어 “최근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의사들의 실명을 의사 커뮤니티 등에 올리는 이른바 ‘색출 작업’과 이에 대한 협박성 댓글 및 따돌림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상 진료와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입장 발표는 전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전공의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파업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는 글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이 작성자는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참의사’ 명단이라며, 어느 병원에 몇 년 차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고 실명까지 적혀있다”고 했다.

작성자가 짚은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현재 해당 글이 삭제돼 있고, 대신 ‘전공의 있는 전원 가능한 병원 안내 드린다’라며 병원 별로 남아있는 전공의 숫자 등을 정리해 올린 글이 게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처벌 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로 보고,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경찰이 의사 내부의 소위 ‘색출작업’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단계는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되, 실명 공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전공의로부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