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글로벌 '반도체 전쟁'…핵심기술 유출차단 사활걸라

연합뉴스 2024. 3.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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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설계를 담당하다 금지 규정을 어긴 채 미국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시 1일당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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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PG)

(서울=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설계를 담당하다 금지 규정을 어긴 채 미국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시 1일당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결정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첨단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시장의 확대 추세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고돼 있다.

A씨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HBM 사업 수석 등으로 일하다가 재작년 7월 퇴사했다. A씨는 근무 당시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고,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 전직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서약서에는 마이크론 등 전직금지 대상인 경쟁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됐으며 전직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이같은 약정을 뻔히 알면서도 A씨는 이직을 강행한 셈이다. A씨는 현재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급으로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 기술 유출 의심 사례가 빈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을 빼내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충격을 던졌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해 전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전년보다 증가한 23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다. 국가정보원이 2003년부터 작년 7월까지 20년간 집계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총 552건으로, 피해 규모는 1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첨단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해외로의 기술 유출 피해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자 일개 기업 차원에만 한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 미래 성장력을 좀먹을 수 있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해외 기술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면서 보안 장치를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핵심 기술인력의 이직 자체가 적발되기 어려운 현실적 측면이 없지 않은 데다 기술 유출 범죄가 확인되더라도 처벌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33건 중 무죄와 집행유예가 전체의 87%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기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첨단 기술 보안 위반과 관련한 사법적 제재 수위를 재검토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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