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로 18년… 연매출 2억4000만원, 명예의 전당 올랐다
2억4000만원, 2억3000만원. 대기업 사원의 연봉이 아니다. 우리에게 ‘야쿠르트 아줌마’로 더 친숙한 한국야쿠르트(hy) 프레시 매니저(FM) 두 사람이 작년 한 해 각각 올린 매출이다. 이들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기로 뛰어 FM들의 최고 영예인 ‘명예의 전당’ 주인공이 됐다.
hy는 1971년 시작해 올해로 53회를 맞은 ‘hy대회’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전국 FM들을 위한 격려와 소통의 장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 일산 킨텍스(7일), 부산 벡스코(14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21일)에서 개최한다. 총 3000여명의 FM이 참여하며 슬로건은 ‘변하지 않는 명품, FM 전성시대’다.
올해 hy는 전국 총 3193명의 FM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긴다. 활동기간과 공적에 따라 해외연수 또는 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중 최고 영예는 단연 ‘명예의 전당’이다. 그해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린 매니저에게 주어진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호남지점 익산점 서윤정(50)씨와 경원지점 오포점 김선란(52)씨다.
서씨는 경력 18년 차 FM이다. 작년에만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북 익산시 동산동 일대를 담당하고 있다.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이지만 자신만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일했다. 그는 “‘나’라는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담당구역을 자체 5분할 했다.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밀도 높은 홍보를 했다. 구역별 ‘정기구독 고객 50명 추가 확보’를 목표로 활동했다”고 했다.
FM으로 일하기 전 서씨는 평범한 주부였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산후 우울증이 덮쳤고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서씨는 “18년 전 나도 hy 정기구독 고객이었다. 당시 담당 매니저님과 차를 자주 마셨는데 매일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며 “관계가 짙어지며 이 작업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유니폼을 입었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13년 차 베테랑 FM이다. 작년 매출은 2억3000만원. 전남 장흥 시골 출신인 그는 사춘기 때 상경해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결혼 후 육아와 공장 일을 병행하기 힘들었고, 우연히 동네에서 만난 FM을 보고 이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엔 내성적인 성격 탓에 힘들었지만 어느덧 정기구독 고객 333명을 보유한 FM이 됐다.
김씨는 “이 일을 하면서 인생 좌우명이 ‘긍정적인 마인드는 능력을 배로 높인다’로 바뀌었다. 매일 ‘하루’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항상 웃으려 하고 매 순간 진심을 다했다”며 “아직도 주 활동 구역인 공장지대에서는 나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이 직업은 내게 또 다른 세상을 보게 해줬다”고 했다.
두 사람은 “주변을 잘 살피며 활동하려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늘 이웃과 함께 하며 보고 들었던 일들 때문이다. 서씨는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 계기는 지역 내 고독사였다”며 “담당구역이 시골이라 독거노인이 많았다. 나는 야쿠르트 단 한 개라도 좋으니 직접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했다”고 했다.
김씨 역시 “재작년 배달 중 길에 쓰러진 엄마와 옆에서 주저앉아 우는 아이를 발견해 헐레벌떡 뛰어갔다”며 “간질 환자였다. 119 신고 후 입에 거품을 닦아내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팔다리를 주물렀다. 아이도 달래야 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요즘도 주변을 살핀다”고 말했다.
한편 FM은 1971년 41명으로 시작해 2020년 기준 1만1000명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20대 매니저의 성공담과 배우 최강희의 일일 체험 등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hy는 이번 대회 개최와 함께 FM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육아비 지원’ ‘생활 안정자금 대출’ 등 신규 복지 혜택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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