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장 사퇴에 집단행동 투표까지··· 의대 교수 움직임 점차 확산

김태훈 기자 2024. 3. 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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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이 단체로 휴학계를 내 개강이 연기되고 있는 7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구실이 비어 있다. 한수빈 기자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의대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의 사퇴·사직 등 집단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 중에선 진료 정상화와 함께 의대생과 전공의를 보호할 수 있는 중재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매달 2000억원에 가까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원광대와 경상국립대에 이어 가톨릭대에서도 의대 학장과 교수들이 단체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학본부가 정부에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한 데 반발해 의대 교수협의회를 통해 집단 대응을 논의하는 대학도 속속 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치가 장기화되면 의대 교수들이 대학별로 진행하던 성명서 발표를 넘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은 학장을 포함해 교무·학생·연구·교육부학장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정연준 가톨릭대 의대 학장은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증원 규모를 두고 대학본부와 빚어진 갈등이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학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작년 11월 대학본부가 제시한 93명 순증(100% 증원)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증원 규모를 반영해주길 요청했으나 결과적으로 지난 번과 같이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원광대 의대에서 학장 등 교수 5명이 보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6일 경상국립대에서도 의대 학장 등 12명이 사퇴의 뜻을 밝혔다. 학장·부학장 등 주요 보직에서 물러날 뿐 교수직은 유지하며 환자 진료도 계속하지만, 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벗어날지 모른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우려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일반 교수들 역시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속도를 내자 ‘제자 보호’라는 취지를 들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던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첫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행 교수를 대신해 방재승 교수를 지난 6일 2기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방 교수는 앞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온 바 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의 자체 설문에서도 전공의에 대한 사법조치 시행 시 사직서 제출 같은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4.6%를 차지하며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돼 왔다.

다만 방 교수는 개인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비대위 차원에서는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전공의 간의 중재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정부와 전공의 중 누가 더 옳든지 간에 진료 정상화를 원하고 있으므로 그 의견을 좀 들은 뒤 교수들 간의 어떤 합의점이 나오면 이후 정부와 대화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는 19일을 전후해 공식적인 사직자가 나오니 시간이 촉박해서 다음주까지는 단체행동 여부와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도 이날 비대위를 통해 집단행동 참여 방식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는 등 각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논의도 확산하고 있다. 울산대·성균관대·영남대 등 전국의 의대에서도 교수협을 통한 성명 발표와 집단행동 찬반 설문 등이 진행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상진료 기간에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하고, 경증환자를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인상한다.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를 진료할 때 줄 정책 지원금도 신설한다.

한편 지난 6일 오전 11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225명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 전공의의 수는 모두 1만1219명(91.8%)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장점검 실시 결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미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에게 지난 5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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