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위력투, 문동주 무실점... 뜨거웠던 한화 에이스 맞대결

대전/김영준 기자 2024. 3. 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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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프로야구 한화 청백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왼쪽)과 문동주. /뉴스1

11년간의 MLB(미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온 ‘레전드’ 류현진(37), 그리고 지난해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고 신인상을 거머쥐며 한화의 미래로 각광받는 문동주(21). 같은 유니폼을 입는 두 사람이 선발 맞대결을 펼치면 어떨까.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두 사람은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자체 청백전(7이닝제)에서 각 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훈련을 위한 연습 경기인데도 열기가 뜨거웠다. 무관중 경기였지만 선수들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이 있었고, 80명 넘는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한화가 유튜브로 송출한 생중계 동시 접속자가 7만1000명에 육박했다.

경기를 앞두고 불펜에서 함께 몸을 푼 류현진과 문동주는 이날 나란히 3이닝씩을 던졌다. 경기 결과는 문동주가 이겼다. 류현진이 3이닝 1실점, 문동주가 3이닝 무실점했다. ‘문동주 팀’이 3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투구 내용은 류현진이 앞섰다. 류현진은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삼진은 3개 잡아냈다. 투구 수 45개 중 스트라이크가 30개일 정도로 제구가 날카로웠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km. 최원호 한화 감독은 “구속이 많이 올라왔다. 정규 리그가 시작되면 더 빨라질 것 같다”고 했다. 2회초 채은성(34)에게 2루타를 허용한 데 이어 이재원(37)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해 실점한 게 흠이었다. 1회와 3회는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반면 문동주는 1회부터 페라자에게 2루타,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2회에도 2루타와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실점은 면했다. 3회엔 안정감을 찾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 2개와 4사구 2개를 내줬고, 삼진은 1개 잡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 아직 몸을 끌어올리는 시기지만 ‘강속구 투수’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았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가 구위와 제구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어떤 이유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7일 프로야구 한화 청백전을 앞두고 불펜에서 류현진(오른쪽)이 투구하는 모습을 문동주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청백전인 만큼 두 선수 모두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생각했던 투구 수를 채운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다음 등판(12일 시범 경기 KIA전)에는 65개 정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동주는 “현진 선배님과 함께 던지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에 비해 내가 부족했다”며 “이런 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투구 내용을 보면 내가 졌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한화의 미래를 이끌 후배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문동주는 ‘대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동주는 작년에도 좋은 모습 보였고, 재능이 많은 선수”라며 “몸 관리 잘하라는 것 외엔 조언해줄 게 없다.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고 했다. 문동주는 “현진 선배님이 마운드에서 제대로 던지는 걸 실제로 처음 봤다”며 “선발 등판 앞두고 경기 준비하는 걸 보니 내가 해오던 것과 다르다. 더 친해져서 선배님의 노하우를 많이 물어보겠다”고 했다.

이날 청백전에선 올 시즌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 처음 적용되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를 시험 가동했다. 스트라이크 존 통과 여부를 기계가 판독하고 실시간으로 심판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판정에 의아해 하는 모습이 몇 차례 나왔으나, 대체로 별다른 무리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류현진은 “공 1개 말고는 모두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판정이 나왔다”며 “특별히 존이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문동주는 “존이 조금 작아졌다는 느낌은 있는데 크게 다른 건 없다”며 “항상 똑같은 공정한 판정이 나오니까 투수와 타자 모두 시합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 시범 적용 예정인 ‘피치 클록’ 연습도 했다. 경기 진행 속도 향상을 위해 투구와 타격 준비 등에 시간 제한을 두는 제도다. 류현진이 한 차례 18초 이내에 투구하지 못해 경고를 받았다. 류현진과 문동주 모두 ABS보다 피치 클록을 변수로 꼽았다. MLB에서 먼저 피치 클록을 경험한 류현진은 “주자가 없을 때는 괜찮다. 주자가 나가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문동주는 “처음 겪어봤는데 많이 의식됐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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