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0년 초장수명 배터리’ 양산 나선다…고주영 부사장 “내연기관과 동등한 경험 제공”
모터 수명과 동일한 20년 배터리 2029년 개발
초급속 충전 새로운 변수로…2026년 9분 충전
전고체·LFP 투트랙 전략…“남이 준비하면 늦는다”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삼성SDI가 오는 2029년 ‘20년 초장수명 배터리’를 양산한다. 현재 10년 정도의 배터리 수명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우선 2027년까지 16년 수명을 구현하고, 2029년에는 20년까지 이를 끌어올린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콘퍼런스 2024’에서 이 같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 부사장은 콘퍼런스에서 20년 배터리 개발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재 내연기관 엔진의 수명은 15년이고 전기차 모터의 수명은 20년, 배터리는 10년 정도”라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만약 모터 수명만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한 번은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모터 수명과 동일한 20년 배터리를 개발하면 완성차 업체, 사용자 입장 등 자동차 생애주기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고 판단했다”며 “이 선택지가 결국 소비자에게 내연기관과 동등한 전기차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의 현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 단계를 고려할 때, 2029년이 양산 적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장수명 배터리와 함께 추진하는 것은 ‘초급속 충전’이다. 삼성SDI는 콘퍼런스와 함께 개최된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리튬이온 이동경로를 최적화하고 저항을 감소시켜 이를 달성했으며,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이 역시 소비자 관점에서 출발한 기술 개발 계획이라는 게 고 부사장의 설명이다. 고 부사장은 “나라별로 컨설팅을 한 결과 2022년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행거리(Range)였다면 지난해에는 비용(cost)이 등장했고, 올해는 급속충전(Fast charge)이 대부분이었다”며 “기술 개발로 에너지밀도가 어느 정도 충족되자, 비용과 급속충전이 보다 중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9분이라는 시간을 제시한 것도 내연기관 충전시간을 고려한 결정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주유소에 머무는 시간을 5분이라고 가정하고 평균 주행거리가 600㎞라면, 전기차는 9분에 600㎞를 달릴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삼성SDI의 분석이다. 고 부사장은 “한번 충전(약 5분)에 내연기관 절반 수준인 300㎞ 주행이 가능하다면 소비자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게 사용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전고체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잡겠단 포부를 내놨다. 고 부사장은 “남이 준비됐을 때 뛰어들면 늦는다”며 “처음부터 선도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로는 한계가 있으니,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점프가 필요하고, 전고체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특히 첫 번째 전고체 전지 샘플은 지난해 12월 3개의 완성차 업체에 보내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7년 양산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과 A샘플부터 3~4년에 걸친 공동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반고체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온전한 전고체를 양산해 승부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고 부사장은 “반고체 제품의 경우 음극을 리튬 메탈로 대체해 음극의 부피를 줄여 에너지밀도를 높였지만, 이렇게 만든 것은 900Wh/L 이상을 구현하기 힘들다”며 “액체 없이 고체 전해질이 들어가고 분리막을 없애 에너지밀도를 900Wh/L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 부사장은 “동일한 배터리 팩을 고에너지밀도로 구현할 경우 차량 내 공간이 넓어지고, ㎏당 에너지밀도가 높기 때문에 같은 팩이면 차량이 더 가벼워진다”며 “현재는 전기차가 무거워 주차타워 등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완성차 입장에서도 차량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리튬·인산·철(LFP) 시장으로도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 고 부사장은 “삼원계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업체들이 LFP에서는 늦었다고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고 어떻게 양산을 하느냐의 문제”라며 “상위 기술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만 중국 업체들이 LFP 기반에서 하이니켈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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