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 5분의 1 가격으로 로봇청소기 득템”...고물가 속 생활용품 경매장에 3040세대 바글바글
“백화점 가면 20만원 넘는 신발이에요. 2만원 안 계세요? 안 계시면 도로 들어갑니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쯤 경기 용인시 포곡읍의 한 생활용품 경매장. 경매장 앞에 놓인 단상에서 한 남성 경매사가 마이크를 착용하고 여성용 구두를 소개했다. 경매장 맨 뒤쪽 벤치에 올라가서 경매 물품을 바라보던 한 젊은 여성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경매사가 “저기 아가씨께 낙찰!”이라고 외치자, 이 여성은 안내 직원에서 현금 2만원을 건네고 신발 상자를 받았다.
연이은 고물가에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을 저렴하게 파는 생활용품 경매장을 찾는 직장인, 주부 등이 늘고 있다. 이날, 조립식 패널로 이루어진 264m²(약 80평) 규모의 경매관 안에는 300여명의 손님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첫 경매가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자 빈 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늦게 온 손님들은 경매장 뒷편에 서서 까치발을 들거나 벤치에 밟고 올라가 경매사와 물품을 바라봤다.
이들이 경매장을 찾는 이유는 다른 곳보다 싸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서 온 김민성(39)씨는 “아내와 함께 경매장을 방문했다가 단돈 5만원에 딱 필요했던 업소용 청소기를 구매해 돌아간다”며 “고인이 된 사람들의 물건들도 있어 싼 값에 처리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온 원하야(42)씨는 “50만원 하던 로봇청소기가 10만원에 팔리는 것을 소셜미디어에서 봤다”며 “그걸 꼭 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생소한 경매장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청년들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34)씨는 “TV에 이 곳이 방영된 걸 보고 친구들을 끌고 여기까지 와봤다”며 “살면서 경매장을 와볼 일이 없는데 직접 와보니까 신기하고 새로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구인 A씨는 “나는 세제를 5000원에 샀다”며 옆구리에 플라스틱 세제통을 끼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고경아(20)씨도 “친구들 사이에서 경매장이 입소문이 나서 처음 와봤다”라며 “경매사가 재밌게 진행하셔서 기대하고 부모님까지 모시고 경매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 경매장 밖에는 낚싯대, 캠핑 조명, 초코바, 공구 등을 저렴하게 파는 점포들도 늘어서 있었다. 점포들을 둘러보던 한 젊은 부부는 열쇠 고리와 반지 코너에 멈춰서 물건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경민(29)씨는 “본가가 근처라서 오는 김에 구경하러 왔다”라며 “재밌는 물건들이 많은데 옆에서 와이프가 못 사게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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