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통극에 부는 여풍…유리 천장 뚫고 '노가쿠' 무대 위로

권진영 기자 2024. 3. 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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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지배하던 일본 전통극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AFP통신은 7일,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전통 예술 중 하나이자, 남성 배우들이 대다수인 가면극 '노가쿠(能楽)'에 도전한 여성 배우 가시와자키 마유코(柏崎真由子·43)를 집중 조명했다.

한 세기쯤 전부터 남녀 모두에게 개방됐지만 노가쿠 공연자협회에 등록된 배우와 음악가 총 1039명 중 여성은 15%에 그친다.

노가쿠 무대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까지, 일본 여성들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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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면극 노가쿠 주요 작품에 최근 여성 주연 배우 발탁
노가쿠 협회 중 여성 15%에 불과…여전히 무대 설 기회 "제한적"
일본 도쿄의 한 극장에서 전통극 '노' 배우 가시와자키 마유코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작품 '도죠지'에서 주연을 맡아 배신당한 여인의 복수를 그린다. 2024.01.2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남성들이 지배하던 일본 전통극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AFP통신은 7일,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전통 예술 중 하나이자, 남성 배우들이 대다수인 가면극 '노가쿠(能楽)'에 도전한 여성 배우 가시와자키 마유코(柏崎真由子·43)를 집중 조명했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전 가면극 노는 8세기까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간다. 가무를 상징하는 노(能)와 극적인 연출을 상징하는 '교겐(狂言)'로 구성되며, 정교하게 겹겹이 쌓아 올린 의상을 입고 수제작된 가면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 국립노극장에서 여성 배우 가시와자키 마유코가 가면을 쓰고 있다. 2024.02.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가시와자키는 노가쿠계에서 저명한 다섯 가문 중 한 곳인 '콘파루' 소속 배우다. 학생 시절 노를 만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그는 단순한 무대 연출과 서정적인 이야기에 매료됐다.

노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배우 자리를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여성의 존재는 매우 드물다. 한 세기쯤 전부터 남녀 모두에게 개방됐지만 노가쿠 공연자협회에 등록된 배우와 음악가 총 1039명 중 여성은 15%에 그친다.

노가쿠 무대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까지, 일본 여성들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노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3)에 현재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성이 함께 연기할 수 있었지만 에도 시대(1603~1868)에 들어서는 억압적인 정부의 규칙에 따라 여성 배우 기용이 금지됐다. 19세기 후에는 여성에게도 노가쿠의 문이 재개방됐지만 194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가시와자키는 여성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노를 찾는 관객의 연령대가 높은 데다, 남성의 예술 형식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여성이 노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보고, 그 미래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자신도 스승의 만류를 꺾고 기어이 노가쿠의 길을 선택한 그는 최근 도쿄 국립노극장에서 작품 '도죠지'의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학을 수놓은 무거운 기모노 차림으로 부채를 휘두르며 고풍스러운 걸음걸이로 한 맺힌 여성의 혼이 깃든 뱀으로 분했다.

도죠지는 노 중에서도 주요 작품에 속한다. 가시와자키는 "도죠지는 노 배우들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출연할 기회를 얻으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기회를 다른 여성들과 나눴다. "운이 좋게도 얻은 기회이니 다른 여성 노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합류하게 된 드럼 연주자 오야마 요코는 "코러스와 무대 위 연주자 중 여성이 이렇게나 많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놀라워했다. 그는 "노 공연단원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점도 이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40대 남성은 공연 후 "매우 흥미롭고 흥분된다. 이것이 일본 노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일본 도쿄 국립노극장에서 배우 가시와자키 마유코가 무대 뒤에서 의상을 입고 있다. 14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전통극 '노'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2024.02.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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