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어라"…차세대 배터리 청사진 내놓은 3사
더배터리 컨퍼런스 기조연설
국내 배터리 3사가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더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배터리 청사진을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를 주목하면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온은 최근 수요가 확산한 급속충전 개발 계획을 내놨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그만큼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수명이 길고 충전 속도도 빨라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개발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행사가 열린 2일 내내 속도보다 완성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도 "제대로 된 연구, 제대로 된 개발을 하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했다.
김 전무는 "제대로 된 개발을 하려면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며 "전해질 개발도 중요하지만 저는 무음극화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고체 전해질 핵심은 리튬이온 전달을 어떻게 저항을 줄여서 할 수 있는가"라며 "전해질 내에서 이동은 어느정도 해결됐으나, 이종 소재 사이에서의 이동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연구돼야 한다"고 했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기술 퀀텀점프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전고체 배터리"라며 "올 상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SDI는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인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로드맵을 공개했다.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했고, 현재 첫 번째 프로토타입 샘플을 3곳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에 제출해 평가하는 중이다.
고 부사장은 "A·B·C 샘플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하고, 2027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현재 다수의 OEM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의 빠른 론칭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2027년을 양산 시점으로 정하고 실행하고 있다"며 "보통의 리튬메탈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지 않고 무음극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충전 속도 경쟁력도 강화한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주행거리 뿐만 아니라 급속충전에 대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며 "2030년 10분의 급속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K온은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어드밴스드 SF(Advanced SF) 배터리로 '급속충전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기존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9% 높이면서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같다고 가정할 때 기존 SF 배터리 보다 급속충전 성능이 약 18% 개선됐다.
이 부사장은 "SK온은 7분 급속충전 기술을 이미 2년 전 개발 완료했으나,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상용화가 어렵다"며 "5분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SDI도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셀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2026년, 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초 장수명 배터리를 2029년 양산하겠다는 계획 발표했다.
고 부사장은 "한 번 충전으로 300km만 가면 소비자의 99.6%가 커버된다"며 "5분 충전으로 300km 충전이 가능하면 내연기관과 동등한 충전 경험이라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EV 모터는 수명이 20년, 배터리는 10년 정도로, 모터 수명과 동일한 20년 수명 배터리를 개발할 경우 사용자와 자동차 회사에 베네핏이 많다"며 "급속충전과 긴 수명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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