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레이킹 도시’ 도봉 널리 알릴 것”

서울앤 2024. 3. 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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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브레이킹 실업팀 맡은 ‘1세대 비보이’ 이우성 초대 감독

[서울&] [사람&]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단한 도봉구 브레이킹 실업팀의 이우성 초대 감독이 실업팀 단체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2월21일 도봉구 브레이킹팀 연습실(마포구 창전동) 입구에 서 있다.

길거리 춤에서 스포츠로 변화 맞아

구의 실업팀 지원, 성장에 든든한 힘

“호흡 맞고 실력·비전 있게” 지도하고

강습·공연·굿즈 등으로 구민에 다가가

길거리 춤 문화로 여겨졌던 비보잉이 스포츠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브레이킹’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올해 파리올림픽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전국에서 첫 실업팀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 도봉구가 브레이킹 실업팀을 창단했다. 이제 브레이커들은 월급을 받으며 연습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놀이에서 취미, 문화예술을 넘어 이제 스포츠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지원받을 수 있어 정말 든든해요.”

지난 2월21일 오후 마포구 창전동 도봉구 브레이킹팀 연습실에서 만난 이우성(48) 감독이 실업팀 창단의 의미를 설명했다. 팀에는 브레이킹 남자부 초대 은메달리스트로 아시안게임 역사에 남게 된 김홍열(홍텐) 등 6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이 감독은 “김 선수가 아시안게임 뒤 한 인터뷰에서 월급을 받아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고, 경제적으로도 더 자유로워져 연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해 뿌듯했다”고 전했다.

브레이킹팀 창단은 도봉구가 1년 전 직장운동경기부 종목을 고민하며,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특별브레이킹위원장인 이 감독에게 자문하면서 시작됐다. 새롭고 젊은 지역 체육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의 의지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브레이커들의 바람이 잘 맞아떨어졌다. 도봉구체육회의 적극적인 지원도 논의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빠르게 창단할 수 있었던 데 한몫했다. 도봉구는 감독과 선수의 급여, 연습실 임대료·관리비, 훈련 기구·물품과 경비 등을 지원한다.

창단 뒤 브레이킹팀은 쾌조의 출발을 했다. 세계 대회 참여, 지역 축제와 행사 공연 등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대표 선수 김홍열은 아시안게임 은메달, 세계 최대 규모 브레이킹 대회 ‘2023 레드불 비씨원 월드파이널’ 우승 등을 거머쥐었다. 지역 대표 축제 ‘도봉 등 축제’에서 화려한 기량을 선보였고, 최근 정월 대보름 행사에도 참여해 공연했다.

이 감독은 호흡이 잘 맞고 실력이 뛰어나며 비전이 있는 팀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속 선수 가운데 지난해 국가대표였던 김홍열과 권성희는 5월쯤 파리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소속 선수 모두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게 육성할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과 열정에 도봉구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져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선수들에게는 이기려고 뛰기보다는 즐기라고 당부하며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브레이킹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게 도봉구민에게 다가가는 것도 팀의 또 다른 목표다. 청소년, 일반인 대상 강습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지역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도봉구 양말업체들과 연계한 굿즈 개발에도 참여한다. 주민들이 손쉽게 브레이킹을 접하며, 연습도 하고 대회도 열 수 있는 브레이킹 파크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도봉구와 협의해가고 있다. 이 감독은 “구민들이 브레이킹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아가 ‘케이(K)브레이킹 도시’ 도봉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활동하려 한다”고 했다.

프로 데뷔 32년차를 맞는 이 감독은 비보잉 1세대다. 춤은 중학교 때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티브이(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승했고 턴테이블스라는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익스프레션 크루를 만들어 지금까지 단장을 맡고 있다. 2006년엔 공연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비보잉 무용극 ‘마리오네트’를 선보였다.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며 출연도 한다. 비보잉을 상업화한다는 주위 비판과 비난도 있었지만, 18년 넘게 공연이 이어지면서 비보이 신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감독은 브레이킹이 나이와 무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오십에 가까운 나이지만, 얼마 전엔 배틀에 참여해 30살 넘게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겨루기도 했다. “당연히 졌지만, 후배들과 함께 브레이킹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브레이킹이 유행을 넘어 지속성 있는 스포츠 종목이 되길 그는 바란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된 것을 계기로 청소년층으로 브레이킹이 퍼지고, 체계적인 선수, 심판, 지도자 자격 시스템이 갖춰지면 판이 커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해부터 댄스스포츠연맹 브레이킹위원장으로서 브레이킹이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되도록 공을 들여왔다. 이 감독은 “최근 (대한체육회가) 시범종목으로 승인하고 내년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브레이킹 강국이기에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다음 세대를 키워나가고 싶다”며 “단기간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지속해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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