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현실주의자도 ‘서울의 부동산’ 앞에선 SF를 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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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41)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작가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소설로 다루면서다.
"정당하게 자신의 노동을 한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게 서울에서는 비현실적인 꿈이 됐다. 소설이 SF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작가의 말에서 김유담은 "서울을 갈망하면서도 서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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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지음/위즈덤하우스/168쪽/1만 3000원
김유담(41)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작가다. 스스로 “현실에 두 발을 붙이고 서서 소설을 쓴다”고 말한다. 그런 그도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왔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소설로 다루면서다. 급등하는 집값과 곳곳에서 터지는 전세 사기. 소설에서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 최초 부동산 SF’라는 말로 소개되는 신작 ‘스페이스 M’이 나온 배경이다. 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경기도에 살던 친구가 얼마 전 서울 목동으로 이사하면서 집 크기를 반으로 줄였다. 넓은 집을 가질 수 없다면 몸을 줄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이스 M’은 강남역 인근에 있는 걸로 상정되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공유공간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몸의 크기를 10분의1로 줄이는 알약을 삼켜야 한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게 대수인가. 훌륭한 직주근접에 밥값도, 집값도 모두 10분의1로 줄어드는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언감생심이던 한우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정당하게 자신의 노동을 한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게 서울에서는 비현실적인 꿈이 됐다. 소설이 SF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작가의 말에서 김유담은 “서울을 갈망하면서도 서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했다. 실로 그렇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다고 성토하면서도 모두 서울 안에 있는 집을 가지고 싶어 한다. 부동산에 규제를 가할수록 집값이 기하급수적으로 튀어 오르는 지독한 역설을 대체 무엇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화려한 서울은 많은 기회를 주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많은 이를 배제하고 박탈한다. 사는 동네의 부동산 가격으로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건 얼마나 저열한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또 쉽게 그러지 못한다.”
배우이자 인플루언서로 소설에 등장하는 신지유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꾸려 가는 모습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뒤 일약 스타가 됐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든 게 자신의 일상이라고 연기하지만, 실제로 그 장소가 반짝였던 건 가사도우미 연순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신지유의 삶에 열광하며, 그가 멨던 에코백은 한낱 천 쪼가리임에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이니.
“연예인의 집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무척 바쁠 텐데 저렇게 큰 집을 도대체 언제 관리하는 걸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노동이 있을 거라고 상상해 봤다. 우리가 매일 보는 깨끗하고 화려한 서울 역시 이런 보이지 않는 노동에 의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동산이 우리 사회의 유일신처럼 떠받들어지면서 성찰적으로 되뇌는 말. ‘집은 사는 곳인가, 사는 것인가.’ 그는 ‘서울의 집값 전망을 해 달라’는 기자의 엉뚱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웃었다.
“집은 반드시 ‘사는 곳’이 돼야 한다. 사는 곳이 누군가의 특권이 되고 그걸 소유하지 못한 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현실에 현미경을 대고 부동산 이야기를 계속 써 보고자 한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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