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미국대선…길 잃은 '헤일리'들은 "트럼프 안찍을 수도"

김종훈 기자 2024. 3.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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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역선택' '공화당 지키기' '기권' 중 헤일리 지지층 선택은

미국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 하차를 선택하면서 지지자들의 표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중 어디로 쏠릴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선거전문가들은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이 올 11월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고 예상했다.

6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공화당 경선 중도하차를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뉴스1
'고학력 중도층' 헤일리 세력 앞에 놓인 선택지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BBC 등 외신들은 경선 하차 이후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이 올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를 가를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헤일리의 주요 지지층은 고학력 중도층으로 트럼프 주요 지지층과 다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맞대결은 최악과 차악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안으로 헤일리 전 대사를 밀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버몬트, 워싱턴DC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대패하자 하차를 선언했다.

지지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역선택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뽑는 것, 다른 하나는 공화당 지지자로 남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는 것. 마지막은 기권이다.
'트럼프 뽑느니 바이든' 역선택?
CBS뉴스가 이날 엑스에 공개한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를 뽑았다고 밝힌 투표 참여자 중 "어떤 인물이 나오든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은 21%였다. 나머지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노스캐롤라이나는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할 격전지(스윙 스테이트)로 꼽히는데, 펜실베니아·조지아 등을 포함한 총 7개 격전지 중 유일하게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곳이다. 노스캐롤라이나조차 공화당 후보라면 누구든 무조건 표를 주지는 않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또 NYT·시에나가 지난달 25~28일 전국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48%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31%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헤일리 전 대사 측 선거전략가는 NBC 인터뷰에서 "헤일리 지지층 다수가 원래 정치 성향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시에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맞대결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예측대로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승기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NBC 앨런 스미스 기자가 6일 엑스에 공개한 버지니아 공화당 프라이머리(비당원 포함 공개 경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에 투표한 유권자 중 48%가 바이든 대통령의 현재 국정수행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갤럽이 조사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헤일리 지지층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보통 이상의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 패배" 헤일리 조롱한 트럼프…전문가 "바보 짓"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도 헤일리 지지층의 움직임을 읽고 있다. NBC뉴스는 "헤일리 지지층 절대 다수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헤일리 지지층에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라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측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경선 하차 선언 후 헤일리 지지층을 향해 "내 캠프에 자리가 있다"며 지지를 적극 호소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록적 패배"라며 조소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전략가 사이먼 로젠베리는 BBC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바보 짓"이라며 "공화당은 (헤일리 지지층과) 통합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 대변인을 맡은 올리비아 페레즈쿠바스는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끌어와야 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했다.
힐러리 vs 오바마 때도 집토끼는 남았다
헤일리 지지층이 바이든 대통령을 뽑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 측 선거전략기 케이트 매더는 정치양극화가 워낙 심해 헤일리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2008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BBC에 따르면 당시 힐러리 지지층 3분의 1이 공화당 주자였던 존 매캐인을 뽑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당일 힐러리 지지층 82%가 오바마 전 대통령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퀴니피악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할 경우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답한 비율은 37%였다"며 "지지층 절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12%는 기권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대결…집에서 안 나올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민주,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4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AFPBBNews=뉴스1
일각에서는 기권하는 헤일리 지지층 비율이 이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월 모닝컨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중 19%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케빈 매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재대결은) 누구도 원하지 않은 조합"이라며 "헤일리 지지층은 (선거 당일) 집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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