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윤 대통령 “간호인력 적극 활용”에 “간호법 거부하더니” “환영”…엇갈린 반응
전공의 파업 대책 중 하나로 ‘의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 논의가 진행되자 간호업계에서는 냉소와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의사의 강 대 강 대치에 “간호사가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의사 중심의 의료 체계 개편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 내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씨(49)는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간호법에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이번에도 파업이 끝나고 의협이 강하게 반대하면,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논의도 되돌아가는거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현장 간호사들이 업무와 역할을 명확히 하는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라면서 “전공의 파업 때문에 병원에 남아있는 사람이 간호사니 이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의료 공백을 이유로 추진되는 시범사업 결과 간호사가 비상상황 시 대체 인력으로 취급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명확한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오 국장은 “그간 궁여지책으로 간호사들에게 업무가 넘어왔다면 이번 시범사업으로 업무를 넘길 명분이 마련된 셈”이라며 “의사 인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간호사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시범 사업은) 이전에는 불법이었는데 이젠 합법이 됐으니 하라는 식”이라며 “의사들이 떠나고 남은 간호사들에게 PA 업무를 하게 할 게 아니라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수련이 먼저”라고 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진료지원 간호사(PA)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 공백을 메우려 내놓은 ‘의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을 두고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간호사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고 법적 보호를 위해 보완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간호사들이 수술·처치 등 의사의 업무를 맡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에선 암묵적으로 의사 업무를 맡으며 간호사들이 불법의 경계에 놓였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간호업계에서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한 간호법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은 ‘직역 간 갈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업계 내에서는 이번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날 논평에서 “의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현재의 의료체계 개편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밝혔다. “간호사 경력 발전 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근무 여건 개선과 업무 분담 구체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시범 사업 기간이 끝나면 또 불법으로 내몰리지 않게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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